
안일희
5 years ago

프로포지션
평균 3.2
죽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고 싶어서,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리고 싶어서, 떠났다가 돌아간다. 사막의 서부극이고, 살육의 서정시다. 죄악과 죄의식의 채찍질 속에서 문명은 피를 머금고 컸다. 미개한 살점을 도려내고 척추를 부수고 검고 누런 이를 드러낸다. 우아한 난폭함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들끓는 쇠파리와 피냄새가 황혼에 밴다. 실존은 생존에 앞서 있다. 그 앞에서 누구나 작고 초라하고 가차없으리, 아지랑이가 필 때 가만히 앉아서 지는 해의 거뭇함을 바라본다. 눈을 감고 완전한 죄악과 고요에 잠기리, 온 세상에 하얗게 들러붙은 먼지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