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동구리

동구리

3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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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영화 ・ 2022

평균 3.6

한국의 대중매체에서는 유독 나이 든 레즈비언의 재현이 없다. 반박지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두 사람>은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살아가는 노년의 레즈비언 커플을 담아낸다. 영화는 감독이 사진전에서 우연히 마주한 김인선-이수현 커플의 사진을 목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진에 매료된 감독은 두 사람을 찾아 그들의 일상을 기록한다. 파독 간호사였던 두 사람은 재독여신도회 수련회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렇게 36년의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하기 이전까지의 두 사람의 일상을 담아낸 이 영화에는 이렇다 할 내용이 없다. 인선이 강연 등을 위해 잠시 한국을 찾은 동안 수현이 베를린에서 홀로 지내던 시간 정도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사건이다.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집회 자유발언대에 서고, 일하고, 요리하고, 식사를 하고, 함께 춤을 추고, 바다를 찾아 시간을 보낸다. 영화는 그 시간들을 차곡차곡 담아낸다. 인선의 70세 생일과 두 사람의 춤으로 끝나는 영화는 그들 사이의 누적된 시간의 깊이를 담아낼 수 없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만 같다. 과거의 사진 등 여러 자료를 통해 그들이 독일로 오게 된 과정, 독일에서 만나게 된 과정, 연애하던 시간 등을 보여주지만, '70대 한국인 레즈비언 커플'이라는 그간 마주하기 어려웠던 지표적 이미지는 이미 그러한 시간을 초과하여 존재한다. 레스보스의 윤김명우 사장을 담아냈던 권아람의 <홈그라운드>와 함께,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한국인 노년 레즈비언의 모습을 기록한 소중한 작품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