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마시고 산책해요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마시고 산책해요

2 years ago

4.0


content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영화 ・ 2023

평균 3.8

흑백 화면과 조명만으로 구성 된 영상 속, 그는 필사적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연주를 이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정리하는 듯, 연필로 자서전을 꾹꾹 눌러 써 내려가는 것 같았다. 카메라는 그의 연주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레 거리를 두고 주변 공간의 분위기와 함께 그의 모습을 담아냈다. 실루엣 너머 안경 뒤로 보이는 진심 어린 눈빛에서는 강렬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하지만 쇠약해진 얼굴이 정면으로 비칠 때마다 가슴이 메여온다. 대사나 코멘트가 거의 없는 이 영화에서, 그가 같은 구간을 반복하며 집요하게 건반을 두드리다가 "다시 합시다"라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애를 쓰고 있다며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쉬었다 합시다"라고 말하는 순간은 왠지모르게 더 울컥했다. 마지막 곡, 의 연주가 끝날 무렵, 연주자가 사라진 피아노에 건반이 스스로 움직여 연주를 하다, 누군가 나가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렸다. 20곡의 연주를 103분 동안 눈을 감고 감상하려 했지만, 노인이 된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과거 일본 패션 잡지에 소개 된 그를 처음 알게 됐던 나의 추억까지 되살아났다. 결국 나는 영상과 함께 끝까지 집중하며 그의 마지막 연주를 감상하였다. #피아노 연주회는 가본적 없어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즐긴다면 103분이 순삭. #고요한 스튜디오 안에서 그의 미세한 숨결까지 담아낸 영화이기 때문에 당연히 음향시설이 특화 된 상영관에서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만약 내가 사는 지역에 그런 시설을 갖춘 상영관이 없다면 최소한 사람이 많이 없는 시간대에, 옆 상영관 영화 소리가 들리지 않을만한 위치에 상영관을 찾아보도록 하자. 류이치 사카모토의 감동적인 연주가 한곡씩 끝날 때마다 상영관은 적막이 내려앉은 고요한 공간이 되는데, 이때 옆 상영관에서 울리는 이순신 장군님의 북소리를 듣고 싶지않다면 꼭 명심하시길.. 어쩌다보니.. 시마즈 기분 간접체험 해버림...;;; 저 북소리 좀..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