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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July

2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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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

책 ・ 2023

평균 3.8

책을 덮고 나서도, 일곱 남매와 용징이 준 덥고도 끈적거리는, 축축한 감정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총 3부, 500페이지의 긴 책에서, 시간은 하루 정도밖에 흐르지 않는다. 일곱 남매가 어떻게 용징에 오게 됐는지 각기 다른 과거의 사연을 깊게 이야기한다. 그 깊이는 ... 책을 선택했을 때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가부장제, 여성혐오, 남아선호사상, 동성애혐오, 소수자성 ... 그리고 이를 덮고 있는 귀신과 미신의 이야기들. 산업화 과도기가 낳은 수많은 사회 격차 등. 작가는 이를 아주 섬세하고도 자세하게 다룬다. 특히 귀신을 다루는 방식이 흥미로웠는데, 그동안 문학 작품에서 다루는 귀신은 평면적인 악마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귀신'은 '화해와 용서'를 상징한다(옮긴이의 말). 귀신이 된 아찬, 아산, 천차오메이의 말을 빌려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그들이 저지른 행동은, 순전히 그들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그렇지만 용서를 빈다고. 이 글을 읽고 나선 딸들을 혐오했던 엄마 아찬, 아빠 아산, 그들이 이해가 된다. 그들은 그저 사회가 빚어 놓은 희생양이라는 것을. 귀신은 또한, 잘못된 삶의 대변자이자 억울한 현실의 증인이라고 한다. 아직도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이승을 뜨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수많은 귀신들이 있다. 이 책에서 대만의 귀신을 보고, 한국의 귀신들이 떠올랐다. 세월호부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아니 그 이전의 참사 희생자들. 변희수 하사.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9603명의 미등록 아동들. 여성이라는 이유로 버림받고 차별받았던 과거의 어머니들. 젠더 폭력으로 희생당한 피해자들.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이들의 명복을 빌며,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그들의 고통에 눈 감지 않는 것. 이 책과 같은 '동지 문학'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과연 올해의 책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