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타이완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金鼎賞 문학도서부문상,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 수상작!
타이완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거장 천쓰홍의 걸작!
빼어난 이야기 구조가 귀기 어린 세계와 만나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는 오직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방식이자, 이 소설이 가진 뛰어난 미덕이다. _황인찬(시인)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타이완의 젊은 거장 천쓰홍의 장편 소설 『귀신들의 땅』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한 일가족을 중심으로 타이완의 아픈 현대사를 담아낸 걸작 『귀신들의 땅』은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으며, 12개 언어로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 옛 기억은 귀신을 부른다.
그들은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난 적이 없다.
타이완 중부의 외딴 시골 마을 용징(永靖). 이제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조용한 이 마을에 한 남자가 귀향한다. 독일에서 동성 애인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형을 산 뒤에 귀국한 천씨 집안의 일곱째이자 막내아들 톈홍이다. 아홉 식구를 먹여 살리는 데 평생을 바친 조용한 성격의 아버지.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지만 괄괄한 성격에 입심이 드세고, 타이완의 온갖 미신과 제례 풍습에 밝은 어머니. 그리고 오직 아들을 보기 위해 태어난 다섯 명의 딸과 드디어 그 아래로 태어난 형. 이들이 톈홍의 가족인 천씨 집안 사람들이다.
1980년대, 온갖 미신이 살아 숨 쉬던 용징에 개발 붐이 불면서, 낡은 삼합원 가옥에 살던 천씨 집안은 새로 지은 타운 하우스에 입주한다. 오래된 숲을 밀어버리고 지은 타운 하우스 근처에는 일본군에게 강간당해 죽은 여자 귀신이 남자를 홀린다는 대나무숲이 있고, 짐승이 죽으면 내다 버리는 썩어가는 개천이 있고, 온갖 신과 귀신을 모시는 묘당과 양타오 과일향이 가득한 과수원이 있다. 어린 톈홍과 다섯 누나는 고도의 경제 성장을 누리기 시작한 타이완의 발전상과는 별개로 힘들고 고단한 나날을 보내며 이곳에서 성장한다.
첫째 누나 수메이는 중학교를 겨우 마친 뒤에 어머니의 등쌀에서 벗어나고자 방직 공장에 취직한다. 그녀는 거기서 지게차를 몰던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고 결혼한다. 근면했던 남편은 노름에 빠져 수메이가 모은 돈을 다 날린 뒤, 난초 화원을 차리지만 이 또한 신통치 않았으며, 마지막으로는 노후를 보내겠다며 작은 산을 사들이지만 타이완을 덮친 지진으로 인해 이 산마저 무너진다. 재봉틀로 가내수공업을 하며 끼니를 잇는 수메이의 유일한 희망은 자신이 죽기 전에 남편이 죽는 꼴을 반드시 두 눈으로 보는 것이다.
둘째 수리는 공무원 시험에 가까스로 합격해 타이베이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일상 못지않게 따분하고 지루한 위인인 남편, 그리고 매일 마주치는 ‘진상’ 민원인들. 어느 날 그녀는 맹인 안내견을 데리고 동사무소에 들어온 민원인과 시비에 휘말리고, 그 장면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각종 비난에 시달리게 된다.
셋째 수칭은 가족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딸이자 공부를 잘해 타이베이 대학에 입학한 가장 자랑스러운 딸이지만, 정작 자신에겐 특출난 점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넷째 언니의 남편인 갑부집 남자를 통해 뉴스 앵커를 소개받아 결혼에 이르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호화로운 환경에서 살게 되지만, 사실 그녀의 남편은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위선적이고 위험한 남자다.
넷째 쑤제는 아버지와 함께 사업하다가 거부가 된 왕씨 집안 큰아들과 결혼한다. 사실 그 혼처는 자매 중 가장 미인이었던 다섯째로 정해져 있었으나, 쑤제는 동생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여 용징에서 가장 큰 저택인 ‘백악관’의 여주인이 된다. 하지만 다섯째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뒤, 쑤제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방 안에 틀어박힌 채 오래도록 나오지 않는다.
톈훙이 독일에서 애인인 T를 죽인 뒤에 용징으로 돌아온 시기는 중원절이다. 귀문(鬼門)이 열려서 온갖 귀신들이 출몰하는 이 무더운 계절. 옛집인 타운 하우스에는 이제 큰누나 수메이만이 남아 있다. 톈훙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둘째와 셋째 누나도 이곳을 찾아오기로 한다. 하지만 이 집엔 또 다른 손님들도 있다. 소설 속에서 내레이션을 통해 등장하는 두 명의 귀신이다. 과연 이들은 누구인가. 죽은 자와 산 자가 한데 모이는 중원절 제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 성소수자 작가들이 이뤄낸 타이완 ‘동지(同志) 문학’의 걸작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면 흔히 일본을 떠올리게 되지만, 역사의 궤도와 그로 인해 민중이 겪은 고초를 이야기할 때 한국과 더 흡사한 나라는 타이완이다. 원주민들이 살았던 시절에는 청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명나라 장수 정성공 일파에 의해 점령당했고, 근대에 들어서는 50년간 일본에게 식민 통치를 당했다. 일본이 물러간 이후엔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이 타이완을 점거했고, 이들은 반국민당 운동을 벌인 시민 28,000여 명을 학살했다(이 ‘2·28 사건’의 과정은 타이완의 영화감독 허우샤오시엔의 걸작 영화 <비정성시>에 잘 묘사돼 있다).
장제스 일가와 국민당의 일당 독재는 무려 1987년까지의 기나긴 계엄령 속에 이어지다가 민진당이 탄생하면서 막을 내렸는데, 이때까지도 타이완에서는 갖가지 이유로 백색 테러가 자행되어 많은 사람이 실종되거나 투옥되었다.
『귀신들의 땅』은 천씨 집안의 내력을 좇으며 이 같은 타이완의 슬픈 역사적 배경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작가 천쓰홍은 소설 속 톈홍과 흡사한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농가의 아홉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게이로 살아가면서 타이완 정부가 동성애를 비롯한 갖가지 구실로 많은 사람을 탄압하고 체포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소설 속에서 ‘밍르’ 서점의 두 주인과 또 다른 인물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드러낸다. 주인공 톈훙과 그의 독일인 연인 T의 사랑은 신나치가 설치는 독일을 배경으로 비극적으로 전개된다. 오늘날의 타이완 문학계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지(同志) 문학’이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많은 성소수자 작가들이 활약하며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작가 천쓰홍 역시 이들 중 하나다.
한국과의 친연성은 역사적 배경에 그치지 않는다. 소설의 문체와 정서, 결 역시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가족을 중심으로 하여 서로에 대한 진한 애정과 증오가 공존하고, 그 과정에 웃음과 눈물이 스며 있는 점 역시 읽는 이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한국과 다를 바 없는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원치 않은 아이들로 태어난 다섯 자매가 겪는 온갖 애환은 남동생의 시선 속에 슬프고 따뜻하게 묘사된다. 가장 가까운 적이면서도 끝끝내 서로를 포용할 수밖에 없는 한 가족의 슬픔과 한을 그려낸 작가의 솜씨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이미 귀신이며, 우리 곁에 있는 당신 또한 귀신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우리가 그 귀신들을 사랑하고 용서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타이완의 이국적 풍속과 풍경도 아홉 남매의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온갖 신들을 모시는 묘당과 법사가 있고, 조상과 귀신을 대접하는 엄격한 습속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군침 도는 음식들이 등장하며, 그 가운데 시골 마을 고유의 기이한 풍습이 만화경처럼 펼쳐져 시끌벅적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누가 누굴 죽였고, 그 죽음의 사연 뒤에 숨은 진정한 의미가 파헤쳐지는 과정은 한 편의 걸작 범죄 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귀신들의 땅, 오로지 고통과 상처만 존재했던 이 기이하고 불길한 땅을 떠도는 한 서린 목소리들을 작가 천쓰홍은 강령술로 소환하듯 불러내 하나하나 위로하여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이 젊은 작가에게 타이완의 양대 문학상을 수여한 이유는,
Hongik Kim
5.0
#귀신들의땅 그래 이게 콘텐츠다. 아주 대단하고 아주 재미있다. 근데 사람들이 안읽을거같다.. 통상 소설의 구성 3요소로 인물 사건 배경을 꼽는다. 이중에서 아무래도 가장 중요도가 높은 것은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이건 누구의 이야기냐'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질문일테니까. 요즘의 웹소설을 보면 그것이 극단적으로 강화되어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된다. 먼치킨 주인공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며 이야기 속 배경을 휘젓는 - 소위 원탑물이 디폴트니까. 그러니 주인공, 인물이 도드라지지 않는 소설은 덜 직관적이다. 사건조차도 불분명한 소설은 더욱 그렇다. <귀신들의 땅>은 인물과 사건이 앞서지 않는 소설이다. 정확히는 인물과 사건이 그 배경 -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복무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데' 하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천쓰홍은 대만의 작은 시골, 용징이라는 곳에서 태어나 지금은 베를린에서 살고 있는 작가다. 그리고 게이다. <귀신들의 땅>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작중 인물인 '천톈홍'이 작가의 오너캐이기는 하나, 이야기는 톈홍의 여정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냥 톈홍의 가족과 그 가족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며, 톈홍을 둘러싼 사회 - 용징과 타이베이, 베를린 -를 '보여준다'. 톈홍의 할아버지와 부모를 포함해 형제 7남매들이 모두 등장하고, 옆 가족의 사연과 심지어 동네의 서점 주인장들도 등장한다. 챕터별로 인물들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점을 넘나들며 그려지기 때문에 좀 복잡하다. 진짜 인물 관계도가 없으면 흐름을 놓치기 일쑤니까. 그런데 이 군상극에 적응되기만 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가부장제, 배금주의, 여성혐오와 남아선호, 동성애와 소수자 혐오로 이루어진 시골 사회의 축축하고 무거운 삶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톈홍의 7남매는 모두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톈홍의 누나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사회의 폭력에 상처받으며 살아간다. 목숨을 끊은 형제도 있다. 톈홍 역시 게이라서 차별받고 베를린으로 도망치듯 쫓겨나 가족과 연을 사실상 끊은 채로 살다 같이 살던 애인을 살해하고 징역을 살았다. 소설 속에서는 출소한 톈홍이 고향 용징으로 돌아온 만 하루 정도만 다루는데, 그 하루만으로도 충분하다. 약한 이들에게 유독 보수적이고 폭력적인 사회를 경험하기에는. 문장이 정말 아름답고 번역도 훌륭하다.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꾹꾹 눌러담은 문장들은 아주 선명하고 또렷해서 천씨 가족들의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대만 시골의 일상은 물론 기후까지 보일 지경이다. 뭔가 글에서 눅진한 습기가 느껴질 수준이랄까. 자전적인 이야기라 그런지 작가가 맘먹고 그려낸 세계의 해상도가 대단히 높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읽기가 좀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나와 다른 이의 삶을 이런 고해상도로 체험할 수 있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특히 나처럼 그냥 이 사회의 뻔한 메이저리티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공부 차원에서라도 읽어봄직. 이제 막 3월이지만 어쩌면 올해의 책.
김동원
4.5
아홉 가족의 하룻밤이, 그 주변인들의 찰나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이 여름 허공을 앵앵거리며 떠도는 파리떼처럼 끈적거리는 피부에 들러붙는다. 거기에 상흔을 잔뜩 입은채 적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슬픈 귀신들이 또 들러붙는다. 사실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성가신 폭력과 시선들만이 마치 길안내를 하듯 읽는 이를, 그리고 말하는 이를 수 많은 상처들 사이로 이끈다. 타이완의 역사를 관통하는 대하소설같은 걸 읽게되리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관통하는 것은 수 많은 인물들의 내면 깊숙한 슬픔들이었으며 귀신으로나마 존재하는 자들을 연민할 수있는 마음이었다. 흡입력이 대단했다.
July
4.5
책을 덮고 나서도, 일곱 남매와 용징이 준 덥고도 끈적거리는, 축축한 감정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총 3부, 500페이지의 긴 책에서, 시간은 하루 정도밖에 흐르지 않는다. 일곱 남매가 어떻게 용징에 오게 됐는지 각기 다른 과거의 사연을 깊게 이야기한다. 그 깊이는 ... 책을 선택했을 때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가부장제, 여성혐오, 남아선호사상, 동성애혐오, 소수자성 ... 그리고 이를 덮고 있는 귀신과 미신의 이야기들. 산업화 과도기가 낳은 수많은 사회 격차 등. 작가는 이를 아주 섬세하고도 자세하게 다룬다. 특히 귀신을 다루는 방식이 흥미로웠는데, 그동안 문학 작품에서 다루는 귀신은 평면적인 악마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귀신'은 '화해와 용서'를 상징한다(옮긴이의 말). 귀신이 된 아찬, 아산, 천차오메이의 말을 빌려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그들이 저지른 행동은, 순전히 그들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그렇지만 용서를 빈다고. 이 글을 읽고 나선 딸들을 혐오했던 엄마 아찬, 아빠 아산, 그들이 이해가 된다. 그들은 그저 사회가 빚어 놓은 희생양이라는 것을. 귀신은 또한, 잘못된 삶의 대변자이자 억울한 현실의 증인이라고 한다. 아직도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이승을 뜨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수많은 귀신들이 있다. 이 책에서 대만의 귀신을 보고, 한국의 귀신들이 떠올랐다. 세월호부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아니 그 이전의 참사 희생자들. 변희수 하사.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9603명의 미등록 아동들. 여성이라는 이유로 버림받고 차별받았던 과거의 어머니들. 젠더 폭력으로 희생당한 피해자들.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이들의 명복을 빌며,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그들의 고통에 눈 감지 않는 것. 이 책과 같은 '동지 문학'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과연 올해의 책 예감.
H33K
4.5
잊지마 너가 어디서 온 사람인지
장민아
3.5
살아보지 않은 마을의 일원이 되었다...
youandpepper
1.5
다 좋았는데.. 정말 좋았는데.. 다섯째 천차오메이 가슴 타령하는 걸 보고 온갖 정이 다 떨어짐.. 이 미친 것들아.. 대체 가슴이 뭐라고.. 어떤 욕망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건데?
Liemoon
4.5
“The past is never dead. It’s not even past.”_William Faulkner 귀신에 대해 쓰고 싶었고 울음에 대해 쓰고 싶었고 하마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자신이 줄곧 용징과 관련된 소설을 써왔음을 고백한다. 귀신과 울음, 하마를 쓰기 위해서 결국 돌아 돌아 용징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이야기할 수 없는 진실을 한가득 안고 죽은 자들. 톈홍의 가족은 실제로 죽었거나 정신적 죽음 상태에 처해 있다. 죽음의 끝은 망각이라는 점에서 잊히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는 나쁜 소문으로, 남은 자들의 비밀로 남는다. 잊기엔 너무 강렬하고 밤이면 어김없이 죄책감이 찾아들고 핏줄로 혹은 사회적 약속 혹은 기억으로 질기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야기되어지기를 바라는 이들이 완전히 떠나지 못하고 귀신으로 남는 데에는 남은 자들의 몫도 있다는 말이다. 독일에서 자신의 연인을 죽이고 몇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톈홍의 서사는 그 자신의 이야기로 직결되는 대신, 다섯 누나와 큰형, 엄마와 아빠, 빨간 반바지와 옛 친구의 이야기를 차례로 우회한다.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현실적일 정도로 잔혹한 삶 앞에서 톈홍이 인과와 순서, 과거를 가늠할 때 어느 한 순간 불쑥 타인의 얼굴이 등장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묻기도 전에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화자가 바뀌고 이야기가 터져나온다. 개인의 생은 물론이거니와 먼 시대까지 함께 소환된다. 누군가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과거는 죽었고 죽는다는 것은 이곳에서 없어지는 것이고 그렇기에 다 지나간 이야기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하마를 믿지 않는다. “저기, 밭 가장자리에 죽은 하마가 한 마리 있어”라고 할 때, 정말 그곳에서 하마를 본 적 있는 이는 스스로의 기억을 의심하고, 본 적 없는 이는 거짓을 확신한다. 하마가 있다고, 그땐 그 하마가 살아 있었다고 말하는 이는 ‘미치광이’로 불린다. 그래서 <귀신들의 땅>은 그 땅에서 자라 그 땅을 기억하는 미치광이 천쓰홍의 기록이다. 분명 존재하나 드러나 보이지 않고, 흔적은 소문이 된 사람들. 미치광이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진실에 슬픔이 사무친다. 남아선호사상, 가정 폭력, 퀴어 혐오, 배금주의, 사상 검열까지. 이 땅이든 저 땅이든 어느 곳에서 온 누구라도 금세 이입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재로 가득하다. 결국 귀신과 하마, 용징을 모르는 이들까지도 불러 모을 수 있는 힘은 ‘슬픔’에 있던 것이다.
연지
2.5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존재들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은 존재들 / 재밌긴한데.. 읽는게 너무힘듦 너무 길고, 불행하고, 진도 안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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