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김병석

김병석

1 month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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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영화 ・ 2025

캔버스로서의 영화. 왁구에 천을 덧대듯 필름에 순간을 덧댄다. 말이 없는 동굴에 영상을 전사하고 소리를 포갠다. 타카처럼 찰칵거리는 필름 편집기로 서로 다른 릴들을 이어 붙인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면 영화는 캔버스가 된다. 이미 지하에 가라앉아 풍경의 일부가 된 역사의 편린들이 웅성거리는 그림자가 되게 하는 무대이자, 흰 바탕에 그 모든 목소리들이 달라붙을 수 있는 무한한 역량을 가진 캔버스가 되는 것이다. 그림자 다음은 진짜 손이 다가올 차례다. 각자의 삶을 지나오며 밟은 땅 밑을 상상하며, 대지의 입자 속에 숨어 쉬이 보이지 않는 크기로 아른거리는 기억을 기어코 현재로 끌어 올릴 손. 극장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생경한 세계에 기꺼이 가닿을 당신의 손 말이다. 교두보는 만들어졌고, 우리만 넘어가면 된다. 딱 한 발짝이다. 영화에 대해 다소 상투적이고 직접적인 접근이 조금 의아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새삼스러운 영화. 하지만 그 새삼스러움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