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오세일

오세일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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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

영화 ・ 2023

평균 3.7

영화는 시작부터 카메라에 노쇠한 육신을 지닌 한 노인의 몸을 클로즈업으로 적나라하게 훑는다. 이러한 연출 방식에서는 마치 레오 까락스의 작품을 보는 듯한(특히 드니 라방의 연기), 신체를 활용한 연기에서 느껴지는 생동적/시각적 충격이 상당하게 다가온다. 그의 추해져 버린 육신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견디지 못한 신체의 노화 현상이라는 과학적 이유도 있겠지만, 동시에 공산당이 지배한 중국의 역사에 맞서 저항한 인간에게 새겨진 숭고함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예술가(음악가)의 삶을 살아왔고, 국가의 부조리함에 대한 저항 또한 예술을 무기로 하여금 반기를 들어왔다. 하지만 그토록 처절한 그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라는 공간은 끝내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혁명이 실패한 세상에서 뒤늦게 태어난 왕빙은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을 통해 그의 올곧은 정신을 잇기로 결심한다. 그러한 결실의 맺음이 바로 이 영화, <흑의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