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석
3 months ago

집으로
두고 온 마음에도 시간은 흐르고, 오늘을 살다 잠시 치워둔 기억에는 저만의 삶이 차곡히 쌓여 완전히 다른 곳이 되었다. 더 이상 돌아갈 고향은 없다. ‘그새 많이 바뀌었네’, 씁쓸한 멜랑꼴리에 빠질 새도 없이 내일이 밀고 들어온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 일순간 나는 외지인이 된다. 이 작품은 그 정처 없음에 영화의 매체적 특질을 덧대어, 스크린의 이쪽과 저쪽, 그리고 기록과 현존 사이를 떠도는 관찰자로서 영화를 보아낸다. 그 무엇도 나와 연관될 수 없는 낯선 여관방. 또 다른 삶을 갈구하는 풍광 속에서 영화는 끝내 고민한다. 이제는 일어나야 하나, 그럼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