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강

4월
평균 3.0
4월은 aperire'(=to open), ’열리다‘라는 의미로, 작품의 테제가 되는 “탄생”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더불어, 4월은 꽃이 만개하여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탄생을 관장하는 삼신할머니와 산부인과 의사인 니나를 결부시키는 것은 가당한 일이다. 그리하나 이러한 전제 요소들과 달리, 작품은 축복처럼 여겨지는 탄생의 순간을 죽음으로 색염하거나 산부인과 의사인 니나의 중절 행위를 그려내며, 안티-테제적 태도로 일관한다. 주목할 것은 삼신할머니와 니나가 동기화되는 지점이 탄생이라는 키워드와 별개로 “여성”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감독은 이를 낮과 밤이라는 시간적 대조를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ㅡ실제로 감독인 쿨룸비가쉴리와 촬영을 맡은 하차투란은 단일의 마스터 프라임 렌즈를 사용하여, 낮과 밤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데 공들인 것을 밝힌 바 있다.ㅡ낮의 시간에는 주로 출산/중절 수술로 인한 여성과 직업 사이의 에토스적 아이러니를 통해 여성성의 혼란을 야기하고, 밤이 되면 니나는 나체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이따금 차를 타고, 낯선 남성을 탐색하며 육체적 만남을 유도하는 것으로 본인의 여성성을 거듭 증명하려 한다. 또한, 극중 니나의 삶과 모방-진행하는 삼신할머니를 쉬르레알리슴적으로 비추는 것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추적한다면 삼신할머니를 고독한 풍광에 속박시키고, 그 위로 만개한 꽃밭의 몽타주를 덧대는 행위가 상실된 리비도libido를 표현하는 것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추정컨대 니나의 옛 연인이었을 다비드에게 안기는 삼신할머니의 모습. 이후, 발기하지 않은 그의 성기를 보여주는 고정-쇼트는 마치 여성에 관한 성역할gender role을 섹슈리얼리즘으로 “고정”시키는 남성의 시선처럼 느껴지도록 한다. 수술 중 태아가 사망하고, 마을의 중절 행위에 관한 소문이 수면 위로 오르는 등ㅡ기후가 악화되어 차가 진흙에 빠지는 순간조차ㅡ니나는 위기의 순간마다 남성에 의지해야 하며, 본인의 직업적 권리마저 남성의 재량 아래 휘둘려야 한다. 이것 또한, 사회의 부조리 내에 무기력한 여성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러한 의미에서 “중절”은 작품 내에서 유일하게 여성과 여성이 연대하는 형태로, 여성이 리비도적 성역할에서 벗어나, 자아-이상ego-ideal을 꿈꿀 수 있게 하는 희망인 것이다. 그렇기에, 니나는 본인의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안도의 감정보다, 중절 수술을 받았던 장애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대해 절망을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위와 같은 맥락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작품 내 직접적인 이미지들을 눈으로 마주했던 것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여성이라는 성정체성. 그리고, 그에 관해 나열되는 사회적 관념에 물든 출산과 낙태 등의 키워드에 사로잡혀, 니나의 직업적 윤리관과 여성들의 비극에 관한 결과론적 측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을 이해하려 하는 것보다 피상적으로 판단하고, 규정코자 했던 작품 내 남성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