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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오세일

1 year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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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영화 ・ 2024

평균 3.6

영화를 보면서 미아케 쇼의 작품, 그중에서도 특히나 <새벽의 모든>이 자꾸만 떠올랐다. 은은한 음악의 선율이 곱게 깔린 채 이어지는 도시의 이미지들. 조곤조곤 내레이션을 내뱉으며 도시의 모습을 트래킹 하는 이미지들도 좋았지만, 롱 숏으로 거대한 뭄바이의 풍경을 가감 없이 담아낸 순간들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풍경의 아름다움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닌, 그 풍경이 품고 있는 세대의 아픔이 보였기 때문에 더욱 매혹된 것이 아닐까 싶다. 21세기의 고도화된 기술을 받아들인 인도의 사회. 그 안의 시민들도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같이 스마트폰을 쓰고, 깨끗한 지하철을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미지들의 내부에서는 여전히 바뀌지 않은 어떠한 사실이 보인다. 바로 여성이라는 존재를 대하는 태도.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해야만 비로소 안전하게 거닐 수 있는 거리들, 원하는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소멸, 더 나아가 수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의 부조리한 차별과 대우들의 향연. 그렇기에 영화 내에 등장하는 모든 기술이 돋보이는 숏들은 필연적으로 모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SNS 메시지를 통해 소통을 주고받는 과정이 화면에 등장하는 과정들. 기술적 진보는 받아들였지만 문화적 발전 앞에서는 눈을 감아버릴 뿐인 사회. 영화에서 키스, 배드씬들이 적나라하게 비추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여성상을 그려내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의 가장 영리한 지점은, 두 여인이 맺는 유대의 과정을 다루는 방식 그 자체에 있지 않을까 싶다. 보통 두 사람에 대한 더 나은 관계의 개선을 다룰 때의 가장 흔한 방식은 두 사람 간에 펼쳐지는 어떠한 사건을 등장시키고 그것을 해결함을 통해 더욱 끈끈해진 사이를 비추는 것일 텐데, 이 영화는 개개인이 경험한 각자의 사건을 통해 비로소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과정을 밟아간다. 결국 인생의 해답은 과거에 있지 않다는 결론. 과거의 시간이 박제되어 있는 동굴이라는 공간에서 미래의 이미지를 그려보고, 본인의 곁을 떠난 남편의 족쇄로부터 해방되며 삶의 희망을 얻기도 한다. 세상이 아무리 과거에 머물러 있어도 개인이 미래를 꿈꿀 수만 있다면 언젠간 분명 더 찬란한 앞날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