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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ca

Francisca

7 years ago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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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수프

책 ・ 2008

평균 3.3

바다에 놀러가면 이 경계를 넘어가지 말라는 새빨간 주황색의 폭신폭신한 선들이 수면에 부유한다. 어린이는 안전요원들이 저 선 너머에서 근무하는 것을 흐뭇이 목격했다. 저들이 분명 나를 살려줄 것이라며. 한편으론 자신보다 훨씬 큰 튜브 위에 누워있어도, 바닷물에 두 발이 담궈져있단 사실을 거부하고 싶었다. 자유의지와 관계없이 물살에 떠밀려 부모와 1센치씩 멀어질 때는 심각한 공황이 왔다.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 믿는 대상이 눈에 보일수록-가시적이여야만, 그리고 내 손에 잡혀야만-내면이 평온해지는듯 했다. 차라리 그 새빨간 주황색의 폭신폭신한 선들이 없었다면, 혼자 멀리 튜브에 실려가던 말던 나름 열심히 헤엄쳐 결국 돌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엄마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질 것을 대비해 우리 남매에게 수영을 가르쳤다. 나는 필사적으로 연마했다. 어쨌든 그 선을 넘는다면 거대한 심해 오징어나 백상아리에게 잡아먹힐 것 같던 내적 발작은 지금까지도 깊은 물의 색을 마주할 때 되살아난다. 칸트는 자유의 경계를 정해버리는 것이 한계를 넘을 의지와 명분을 쥐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에겐 울타리를 넘는 순간 곧 플랑크톤의 밥이 되어 바스러질 것같은 두려움의 마지노선인 것이다. 슬프게도 이 때의 경험은 내 인생 모든 분야에 걸쳐 어떤 선이나 범위를 넘어버리는 것에 대해 지나친 공포를 갖게 했다. 내가 이 작품을 정복했을 때, 경계 따위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나도 너처럼 경계의 너머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것은 내 계절의 경계선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