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루비'는 폐지 위기에 놓인 과학 프로그램의 PD, 조연출과 작가를 바라보는 영화다. 청춘들의 꿈과 좌절에 대한 다소 흔한 주제를 다루는 이 영화는 초현실적인 연출을 가미하며 상당히 신선한 전개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시각적인 특징으로 가장 크게 튀는 두 가지는 흑백과 무대다. 우선 흑백 톤을 굳이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실과 환상의 시퀀스들이 비슷한 색상을 가지고 있으니 서로 간의 전환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장점은 있어 보였다. 흑백 영화는 조명 연출이 더욱더 중요한데, 이 영화 같은 경우는 이를 잘 인지한 듯하며, 결과적으로 꽤나 훌륭한 흑백 영상미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초현실/환상 시퀀스들은 연극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주로 주인공인 메인 PD의 순간적인 생각, 꿈과 망상을 시각화한 듯하다. 연극 무대라는 시각적 배경과 환상이라는 맥락을 통해 영화는 특이한 스크린 구성이나 의상들과 과장된 의상과 연기 같은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주인공의 생각과 아이디어들과 가치관들, 그리고 주인공의 무의식 속에 있는 피해망상과 스트레스를 증폭시킨다. 현실에서나 환상에서나 똑같이 대중들에게 쇼를 제공하는 주인공이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그 좌절감으로 생기는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현실에서도 드러나지만, 현실에서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혹은 자기도 인지하지 않고 있는 무의식적 감정들을 무대라는 추상적이면서도 개방되고 직접적인 공간에서 구체화시킨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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