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JE

JE

6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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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탈옥하다

영화 ・ 1956

평균 4.0

극적 정서를 고조하지 않는 건조한 리듬에도 불구하고 히치콕을 방불케 하는 감각적인 서스펜스가 놀랍다. 폐쇄적인 화면에다 주인공과 거의 동일한 정보만을 제공하며 관객과 심리적인 일치를 이루고, 무엇보다 청각에 집중케 하는 요소와 연출들로 화면 밖 세계를 상기시키며 숨죽이게 만든다. 벽을 두들기는 소리, 문을 긁는 소리, 자갈을 밟는 소리, 보초의 발소리, 총소리, 기찻소리. 나치를 앞에 드러내지 않아도 화면 안팎의 절망을 그려내고, 다만 눈앞에 놓인 부단히 움직이는 손과 담대하면서도 절제된 표정만으로 그 절망을 대면한다. 영화가 주지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 그대로 모두가 저버릴 때조차 스스로 버틴 (정신적/육체적) 구원의 길이라 약간의 우연마저 도와주는 안간힘의 몸짓이 애처로우면서도 섬뜩하고, 또 숭고해 보인다. 사실 영화를 오롯이 요약해둔 듯한 오프닝ㅡ영화를 여는 손의 클로즈업, 결연한 표정과 손의 움직임, 탈주의 몸부림, 화면 밖 총소리, 억압적인 구도ㅡ에서 도망치는 주인공을 카메라가 구태여 쫓지 않고 자리를 굳게 지킨 건 그것의 무용함을, 흔들림 없는 세계의 절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데 그보다 더 굳건한 게 주인공의 몸짓이라, 그 모든 걸 지켜본 카메라는 마침내 밖에 이른 순간에도 차마 따라가지 못하고 역시나 가만히 지켜본다. 마치 앞선 오프닝의 태도를 겸허히 돌아보는 듯한 멈춤이기도 하지만, (인물들을 감싸는 어둠과 연기에 힘입어) 여전히 오프닝처럼 단호한 자세로 절망적인, 다만 열려 있을 뿐인, 세계 안으로 그저 놓아주는 것만 같은 양가적인 레이어가 느껴져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