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안해요 래리(이성현)
2 years ago

맨 인 블랙
평균 3.7
옛날 이야기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감히 영화라는 예술에서 이를 시도하기란 상당히 어려운데, 왕빙은 기어코 감행한다. 옷까지 전부 벗긴 채로 말이다. 관객석에서 일어나 무대로 내려오는 왕시린은 울분을 가득 담은 공연을 펼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무대를 재개했다가, 영화가 끝나기 직전 무대를 서너바퀴 정도를 돈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는데 이를 전부 전하지 못한 아쉬움에서 타오르는 처연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관객석으로 돌아가 이야기가 끝난다. 왕빙의 영화를 올해 공개한 두 편밖에 보지는 않았지만, 그는 극중 이야기의 대상을 등장인물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 전체로 확장하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데 능하다고 생각했다. 왕시린을 무대에 아티스트로 남기지 않고, 다시 관객석으로 돌려보내 평범한 체제의 피해자로서 비추며 영화를 끝낸다. 중국만이 아닌 세계 어디서든 체제에 반대하다 그와 같이 아픔을 겪은 이들을 기리는 것이다. 괜히 중간중간 카스트로, 김일성, 레닌 등과 같은 독재자를 삽입한 것이 아니다. 향후 그 관객석에는 아무도 없어야 한다. 아니, 무대에도 아무도 없이 텅 빈 공간으로 영원히 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