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wicejoy

일인칭 가난
평균 3.8
1) 11회째부터는 상담료를 낼 수 없어서 상담을 받지 못한 내게 아직 해소하지 못한 질문이 있다. 2,000원이면 샀을 번개탄으로 죽은 아빠와 죽지 않고 입원해 월 80만 원짜리 치료를 받았을 아빠 중 내게 더 깊은 가난을 안겨줬을 아빠는 누구일까. 2) 가로수에 몸을 기대고 토악질을 하다가 13시까지만 진료한다는 병원에 사정해 링거를 맞았다. 13시 반에는 수업을 다시 시작해야 해서 13시 20분까지, 3분의 2만 맞고 나왔다. 링거를 끝까지 맞는 것이 사는 쪽인지, 학원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 사는 쪽인지 저울질해볼 틈도 없었다. - 매순간 차차차차악과 차차차차차악 선택의 기로에 선 한 인물의 얼굴 그리고 표정이 선연하게 그려진다. 이 상황을 상상해보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위선적인 나, 감사해야 하는 나, 괴로워하는 나, 망설이며 외면하는 나.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나라는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사고와 행동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3) 나는 가난을 말할 때 가족을 맨 뒤에 배치한다. 가족이 그 모양이니까 그렇게 됐지 따위의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한 가족과 가난을 세트 취급하는 클리셰가 지겹다. 내 가난은 가족이 아니라 교통사고, 알코올중독,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임금, 젠더폭력 및 가정폭력과 세트였다. 날 불행하게 했던 것은 교통사고, 알코올중독,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임금, 젠더폭력 및 가정폭력이(었)다. - 가난의 모습을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하지 말 것. 수많은 얼굴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욱여넣지 말 것. 2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