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

사운드 오브 폴링
평균 3.4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람의 눈에는 맹점이 있어 대상에 가까이 들여다보려는 순간 그 대상이 완전히 눈에서 사라지는 지점이 있는데, 카메라의 눈엔 그런 것이 없으니 그 차이로 사라져 보인 것들에 카메라를 갖다 대 보여내는 시도로 이뤄진 작품입니다. 그러면서 제게 이 작품이 대단히 담대하고 도전적인 걸작이라 느껴지는 이유는, 그렇게 카메라로 비극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영화는 이미 산더미같이 많다면, 이 작품은 그에 더 들어가 그렇다면 그 찍은 카메라는 과연 믿을 수 있고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까지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지 못한 지점을 카메라의 눈으로 봐서 기록하지만 영화는 그에 그치지 않고 그 반대의 측면에서 기록할 수 없고 증언하고 기억한 것에 대해 인간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그에 대해 끝없이 질문합니다. 이 작품의 장면을 크게 나눠보면 인물이 본 것, 카메라로 찍은 것, 영화가 보여주는 것, 관객이 들은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은 그대로 맞물려 한방향으로 진행해 나가기도 하지만 아예 어긋나 비틀린 채로 다른 곳을 향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 작품의 모든 지점에 깔린 비극과 죽음의 기운을 생각해 보면, 같은 방향으로 갈 때 관객은 그 장면의 의도를 알아차리게 됩니다. 허나 그 방향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가 이 영화가 진정으로 보여주고 말하고 싶어하는 지점이란 점에서 무척 흥미롭습니다. 크게 나눈 네 가지의 장면이 서로 불일치할 때 관객은 인물이 본 것과 카메라로 보여준 것 그리고 내가 들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가 부분적으론 명확하지만 전체적으론 손에 쉽게 잘 안 잡히는 서사를 가지고 있고, 그 속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청각적 요소나 시각적 요소가 내내 반복하는데 그 불안정한 서사의 세계 속에서 과연 감각과 암시로 만들어지는 지점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가 결국 이 영화의 의의로 제겐 보입니다. 그 방식이 시대를 관통하는 비극을 겪어 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란 무척 인상적인 방법론에 접근한 작품입니다. 느리고 조용히 이어지지만 내내 팽팽하게 작동하는 죽음이라는 연결고리로 느슨히 엮인 인물의 이야기가 혼란스럽지만 다 보고 나면 비슷한 공간에서 같은 마음으로 모아지며 유대를 만드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간 내내 이미지와 사운드로 흔들며 의심을 만드는 모든 순간이 자연스레 가슴 깊은 곳에 안착하게 되는 독특한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다루기에 그 감정이 너무 깊어 쉽게 공감하거나 가닿기에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만 삶의 마지막날을 생각할 때 다시 꺼내보게 될 영화로 제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에 무척 감명깊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