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폴링
In die Sonne schauen
2025 · 드라마 · 독일
2시간 35분 · 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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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집에서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네 명의 소녀 ‘알마’, ‘에리카’, ‘앙겔리카’, 그리고 ‘렌카’. 말할 수 없었던 상처를 안고 있던 이들의 삶은 100년의 세월을 초월해 하나의 기억으로 연결되고, 어두운 그림자 아래 침묵을 지키던 목소리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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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
4.0
공간의 눅진한 기억을 카메라는 어떻게 깁는가.
Rapture
4.5
<사운드 오브 폴링>은 이미지와 사운드로 쓰여진 일종의 대하소설이다. 얼핏 보면 마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쓰는 것처럼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 이 작품은 사람에 따라 지루하고 난해하다 느껴질 수 있지만, 공간, 운명, 영혼, 전쟁, 분단이라는 키워드와 독일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갈피를 잡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가 시간대의 전환, 혹은 꿈과 현실,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기 위해 활용하는 공유적 공간, 지속되는 사운드, 블러 처리 등의 영화적 기교들은 각기 다르면서도 유사한 다른 시간대의 이야기들의 구분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 그들이 공유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게 만든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동독과 서독의 경계가 되는 강 근처에서 동독 영토에 위치한 작은 농장에서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살아가는 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곧 같은 운명을 공유한다는 것이며, 작품 내에서 지속적으로 암시하는 바이자 대사로도 등장하듯이 이 이야기의 주요 화자가 되는 네 가족의 딸들은 같은 영혼을 공유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진정으로 행복만이 존재하는 순간은 극초반부에 나오는 베르타를 골탕 먹이는 순간 단 한 순간 뿐이다. 영화의 맨 앞 시간대의 화자인 알마가 첫 등장하는 이 장면은 시기적으로는 제 1차 세계대전 직전인 독일 제국 최후의 부흥기이다. 그러므로 영화 속 네 가족의 딸들을 옥죄는 비극의 굴레는 제 1차 세계대전과 함께 알마의 가족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다. 알마는 순수하다. 알마는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 무지하며 오빠인 프리츠가 다리를 잘리는 이유가 뭔지 모르고, 남성의 몸과 성기의 생김새와 기능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알마는 시녀들의 얼굴에 감자봉투가 씌워지는 이유를 모르며 시녀들의 얼굴에서 아름다움이 시들어가는 이유를 모른다. 알마의 가족은 네 가족들 중 유일하게 풍족했던 시기가 있고 알마는 네 가족의 딸들 중 유일하게 부모에 대한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네 가족의 딸들 중 알마의 인생이 가장 끔찍한 비극들로 점철되어 있다. 알마는 당시의 열약했던 환경 탓에 가장 많은 죽음을 목격한다. 알마는 징집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오빠의 다리가 절단되는 것을 목격한다. 알마는 시녀들이 겁탈당하고, 트루디가 오빠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것을 목격한다. 알마는 유복했던 집안이 스러져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마는 사랑하는 언니 리아가 추락하는 것을 목격한다. 가장 끔찍한 비극들은 가장 순수한 눈을 통해 그 영혼에 새겨지게 된다. 알마의 조카인 에리카는 궁금한 것들이 많다. 시기적으로는 제 2차 세계 대전 말기이다. 에리카는 남성의 몸이 궁금하다. 남성의 성기가 궁금하다. 에리카는 다리가 없는 삶의 불편함이 궁금하다. 에리카가 사는 농장은 예전의 풍족함 따윈 사라진, 돼지 몇 마리 키우는 게 전부인 별 볼일 없는 농장으로 전락했고, 그녀는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다. 그리고 그녀는 강으로 들어가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에리카의 조카인 앙겔리카는 조숙하다. 시기적으로는 1980년대이다. 앙겔리카는 스스로의 성적인 매력을 이용할 줄 안다. 앙겔리카는 남성의 몸과 남성미에 호기심과 생리적 이끌림을 느낌과 동시에 격렬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느낀다. 앙겔리카가 사는 농장은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그녀의 가족은 무능력한 아버지 대신 힘 있는 삼촌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앙겔리카는 때때로 강렬한 자살 충동을 느낀다. 앙겔리카는 수영을 할 줄 알아 에리카나 어머니처럼 강에 빠질 일이 없고, 독일의 반대편도 갈 수 있다. 앙겔리카는 웃어야 할 때 웃지 않고, 웃지 말아야 할 때 웃으며, 에리카를 두고 홀로 살아 돌아온 엄마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혐오한다. 그렇게 앙겔리카는 사라졌다. 21세기 현대, 베를린에서 온 렌카의 가족은 이제는 사람이 얼마 살지 않는 동네의 예전 농장터의 집으로 이사 왔다. 이사를 온 뒤부터 렌카와 그녀의 동생 넬리는 온갖 꿈과 환영에 시달린다. 렌카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이 너무나도 싫다. 렌카는 친구인 카야가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부럽다. 렌카는 강물 속에 있는 장어가 너무나도 무섭다. 렌카는 딸기맛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그렇게 넬리는 추락했다. <사운드 오브 폴링>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세월이 지나 과거가 됐을 지언정 그 고통과 슬픔의 역사는 영혼에 깊이 새겨져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라 할 수 있다. 비유 자체는 크게 어려울 것 없이 불임과 절단된 다리는 전쟁의 고통, 남성미와 장어, 겁탈 등은 소련과 소련 지배 하의 삶을 의미하며, 렌카의 부모가 성관계를 가지는 장면이나 그녀의 어머니가 남근에 이마를 갖다 대는 장면 등은 현대에 와선 더이상 지배, 피지배의 관계가 아니게 된 국가 관계를 의미할 수도, 이전의 농장 거주자들의 영혼에 의해 다시금 지배 관계의 기억이 상기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선 알마와 에리카, 앙겔리카의 부모들은 권력과 폭력에 굴복하고 순응한 이들이며, 자유의지를 가지고 순응을 거부했던 리아와 에리카, 앙겔리카는 죽음을 택했다. 그러나 내용보다도 내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 건 마샤 쉴린스키 감독이 택한 이 영화의 전개방식이었다. 대사의 비중은 극도로 줄이고 대부분 이미지와 사운드만을 이용해 네 가지나 되는 시간대의 이야기들을 엮어나가는 이러한 방식은 초중반부까지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긴 해도 결국 잊을 수 없는 감흥을 선사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식이었다.
샌드
5.0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람의 눈에는 맹점이 있어 대상에 가까이 들여다보려는 순간 그 대상이 완전히 눈에서 사라지는 지점이 있는데, 카메라의 눈엔 그런 것이 없으니 그 차이로 사라져 보인 것들에 카메라를 갖다 대 보여내는 시도로 이뤄진 작품입니다. 그러면서 제게 이 작품이 대단히 담대하고 도전적인 걸작이라 느껴지는 이유는, 그렇게 카메라로 비극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영화는 이미 산더미같이 많다면, 이 작품은 그에 더 들어가 그렇다면 그 찍은 카메라는 과연 믿을 수 있고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까지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지 못한 지점을 카메라의 눈으로 봐서 기록하지만 영화는 그에 그치지 않고 그 반대의 측면에서 기록할 수 없고 증언하고 기억한 것에 대해 인간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그에 대해 끝없이 질문합니다. 이 작품의 장면을 크게 나눠보면 인물이 본 것, 카메라로 찍은 것, 영화가 보여주는 것, 관객이 들은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은 그대로 맞물려 한방향으로 진행해 나가기도 하지만 아예 어긋나 비틀린 채로 다른 곳을 향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 작품의 모든 지점에 깔린 비극과 죽음의 기운을 생각해 보면, 같은 방향으로 갈 때 관객은 그 장면의 의도를 알아차리게 됩니다. 허나 그 방향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가 이 영화가 진정으로 보여주고 말하고 싶어하는 지점이란 점에서 무척 흥미롭습니다. 크게 나눈 네 가지의 장면이 서로 불일치할 때 관객은 인물이 본 것과 카메라로 보여준 것 그리고 내가 들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가 부분적으론 명확하지만 전체적으론 손에 쉽게 잘 안 잡히는 서사를 가지고 있고, 그 속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청각적 요소나 시각적 요소가 내내 반복하는데 그 불안정한 서사의 세계 속에서 과연 감각과 암시로 만들어지는 지점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가 결국 이 영화의 의의로 제겐 보입니다. 그 방식이 시대를 관통하는 비극을 겪어 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란 무척 인상적인 방법론에 접근한 작품입니다. 느리고 조용히 이어지지만 내내 팽팽하게 작동하는 죽음이라는 연결고리로 느슨히 엮인 인물의 이야기가 혼란스럽지만 다 보고 나면 비슷한 공간에서 같은 마음으로 모아지며 유대를 만드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간 내내 이미지와 사운드로 흔들며 의심을 만드는 모든 순간이 자연스레 가슴 깊은 곳에 안착하게 되는 독특한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다루기에 그 감정이 너무 깊어 쉽게 공감하거나 가닿기에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만 삶의 마지막날을 생각할 때 다시 꺼내보게 될 영화로 제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에 무척 감명깊은 영화였습니다.
창민
3.5
감각적 형식미로 여성들의 세대적 상흔을 잇는 실험극.
무비신
4.0
시공간에 잔존한 기억의 파편이 부유하여 감각의 흐름에 맡기다.
희민이
2.5
별게 다 따듯하댄다
Dh
4.0
흐릿한 강물속에 부유하는 상흔의 파편들 #관통 #메가박스
simple이스
4.5
그럴듯하게 맞춰 놓은 시대상이란 퍼즐을 뒤엎고, 재배열해 찾은 여성들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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