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리

세이브 더 게임
평균 3.3
세운상가의 건설현장을 보여주며 시작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컴퓨터/게임잡지 편집자, 과학기술사 연구자, 게임개발자, 게임유통사 사장 등의 인터뷰를 경유해 한국 게임의 초기사를 탐구한다. 최초의 상용 국산 게임 <신검의 전설>의 출시부터 첫 히트작인 <폭스레인저>와 <그날이 오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로 알려진 게임사 손노리, PC통신의 등장, 불법복제의 시작, IMF 이후 몰락한 패키지게임 시장 등 1990년대 국내 패키지 게임과 MUD게임 <단군의 땅>과 <쥬라기 공원>에서 MUG게임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로 시작되는 온라인게임 등으로 꾸려진 한국 초기 게임사는 당시의 사회적 맥락(일본대중문화 봉쇄, PC 보급과 PC통신 및 인터넷 상용화, 경제적/사회적 변화 등)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렌즈가 되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게임의 발전사가 국내 컴퓨터/인터넷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점도 <세이브 더 게임>을 흥미롭게 해주는 포인트다. 인터뷰가 진행되며 인터뷰이들을 소개하는 명칭에 조금씩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는 대학, 동호회, 게임사, 잡지사 등을 오가며 활동한 한국 게임의 행위자들 각자의 궤적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이 영화에서 줄기가 되는 것은 그래픽으로도 등장하는 한국 게임의 타임라인과 거기에 적힌 게임들/사건들이지만, 영화의 가장 주요한 내용물은 각각의 행위자가 움직인 궤적들, 그들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조금은 산만한) 한국 게임의 지도그리기다. 국내 전자공학과 1호 여학생이자 마리텔레콤 대표였던 장인경처럼 남성적인 장르로 대표되었던 게임에 가려진 여성 개발자의 활약을 조명하는 지점도 의미가 있다. 전작 <내언니전지햔과 나>에서 망해버린 게임을 구하기(save) 위해 동분서주 했던 박윤진 감독은 보다 대중적인 터치의 이번 영화에서 게임을 기록(save)허기 위해 움직인다. 전작처럼 에너지 남치는 작품은 이니지만, 결국 기록하는 것이 무언가 구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연결되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