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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정리몬함

왓챠정리몬함

8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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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

책 ・ 2013

평균 3.9

이 소설은 범죄를 '어떤 사회체'가 구성하는지 의문을 던진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개인들의 행위만이 아니라, 가해자를 둘러싼 사회체계 전반을 '범죄의 구성체'로 확장한다. - 소설은 '범죄자’가 절대악이기 때문에 일가족살인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살인범 '페리'는 아버지 밑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수녀원에서 학대를 당하고, 군대에서 고참들에게 강간당한다. 그리고 감옥을 드나들수록 재사회화되기 보다, 범죄자로 거듭 진화한다. 이 모든 것은 가부장제, 아동학대, 군부조리, 형벌체계의 약점 등 수많은 사회문제와 끈끈히 연관맺는다. - 소설에서 끊임없이 페리의 인생사를 이야기하는 것도, 페리가 그동안 당해왔던 폭력의 연쇄가 결국 범죄의 발단인 탓이다. 심지어 페리에게는 일가족살해라는 결말까지 다다르기 전, 그 비극을 피해갈 수 있었던 수많은 곡선이 존재했다. 페리가 교도소에 살던 시절 목사가 그를 범죄자의 길에서 구원해 줄 수 있었다. 페리는 범죄를 공모하기 직전 그를 찾아가 올바르게 살려고 마음먹었다. 목사와 길이 엇갈리는 바람에 다시 범죄자의 길로 빠져들지만. 목사 말고 누구 한 명이라도 그를 강력히 샛길로 이끌어줬다면, 일가족살인사건이란 비극도 없었으리라. - 그러나 페리에게 범죄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비극이 비극이 아닌 것도 아니다. 소설에서는 피해자의 친인척들과 주변인들이 반인륜적 범죄와 마주했을 때 겪게 되는 극단의 실존적 불안감이 세밀하게 표현된다. 왜 그들이었어야만 하나, 그들이 꼭 죽었어야만 했나, 라는 카오스적 세계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인간의 절망도 자세히 서술된다. 다만, 페리의 인생사 전반은 페리가 살인을 하게 만드는 사회체계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낼 뿐이다. - 살인자의 인생사, 살인자 주변인물들의 인생, 피해자와 피해자 주변인들의 인생사를 복합적인 서사로 그려내, 이 소설은 사회체계-실존 양쪽의 문제를 동시에 관통한다. 그리하여 『인 콜드 블러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훌쩍 뛰어넘는 명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