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영

그리스인 조르바
평균 3.8
2015년 09월 13일에 봄
1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무려 10명이나 추천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책이라고 추천해 준 책이다. 워낙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책이고, 추천평들도 어마어마하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겠다. 2 어렸을 때부터 나한테 속독을 하는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사실 이건 방법의 문제가 아니고 취향의 차이인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디테일 하나하나에 깊은 감동을 받는 사람이 있고, 전체적인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였기 때문에 늘 속독을 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주인공 이름조차 생각 안 날 때도 많았다. 지금도 그 사실엔 크게 개의치 않는데, 이런 포스팅을 하거나 누구와 이야기 할 때 있어 보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아직도 나에게 크게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이 책에선 디테일이 조금 크게 다가왔다. 3 조르바, 셜록 홈즈, 해리 포터. 평생 기억할 이름들이다. 이 세 인물의 공통점이 있다면 책 제목에 주인공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조르바는 계속 기억했을 것이다. 조르바는 강렬하다. 이 책이 꾸준히 언급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너무 강렬하다. 그게 조금 부담이 된다. 책을 읽을 때 시대성을 떼어 놓고 도덕을 운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심한 마초적 기질을 가진 사람이 나오는 책을 내 인생의 책으로 고르고 싶진 않다. 조르바가 소설 속 인물로 매력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만났다면 두 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말하는 스타일도 과하게 강한데, 나의 행동에 철이 안 들었다며 참견하고, 정작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사업을 홀랑 말아먹은 그런 사람인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싫다. 4 아무리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썼다고 해도 이렇게 말이나 행동 하나 하나가 다 머리 속에 박힐 정도로 싫은 것은, 그만큼 작가가 이 캐릭터를 잘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유례 없는 캐릭터다. 5 조르바가 싫다고 써놨지만, 단지 이 캐릭터가 나의 이상향이 아닐뿐이지 이 책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조르바의 자유로움에, 정열에 충격을 받고 감동하고, 조르바를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십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가슴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남들이 다 감동 받은 책이라고 나까지 그래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한 줄 요약 : 조르바, 그 강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