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구준홍

구준홍

18 day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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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

시리즈 ・ 2023

평균 3.6

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2023) @260402 철학모임에서 보기로 한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인데, 총 4시즌짜리 작품이다. 처음 소개받을 땐 오바마가 내레이터로 나온다고만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애초에 오바마 부부가 제작에도 참여했고 그러다보니 스토리라인 자체도 어느정도 정치적인 성향이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예전에 봤던 다른 다큐인 아메리칸 팩토리도 오바마 부부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오바마 부부의 친노동적 성향을 각종 다큐에 대한 투자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다큐 시리즈의 컨셉은 시즌별로 사회의 노동 계급을 네 단계로 나누어 하위층-중간층-상위층-최상위층 별로 일이라는 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아쉬운 점과 추구하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 등을 인터뷰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각 계층의 인물들을 서너명씩 밀착 취재하며 이들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데, 뭔가 각 계층이 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작품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는 작품같았다. 최근에 본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와 같은 작품에서 요즘 사회의 양극화나 계층분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계층 간의 공동체 복원을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 영화가 약간은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속해보지 않은 계층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내서, 나도 약간 신선한 느낌이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계층 중 하위층의 경우 주로 돌봄노동자나 호텔 청소부같은 서비스직으로, 오바마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자 관련 (최저임금 등)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일이 생계 그 자체이고, 최소한의 물적 여유와 복지를 누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이었다. 작품이 2023년작이라 코로나 얘기가 좀 나오는데, 이 사람들은 코로나 시국때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대로 일해서 코로나에 걸린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중간층의 경우 소위 '중산층'이라는 느낌보다는 좀 팍팍한 느낌의 사람들이었는데, 한국으로 치면 중소기업 일반직원 정도의 느낌이었다. 스타트업 말단직원이나 호텔 일반직 직원 같은 사람들이 예시로 나왔다. 이 사람들은 최소한의 물적 여유는 있지만 양극화로 인해 과거 세대들처럼 집을 사거나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작품에서 많이 강조하고, 또한 노조가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대비하여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노조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느낌의 묘사가 많았다. 작품에 나오는 예시들 중 호텔 직원들이 대체로 노조의 보호를 강하게 받는 사람들이었는데, 노조 덕분에 사실 다른 호텔에서는 진작 감축된 직무로도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미국은 죄다 자유경쟁인줄로만 알았는데, 노조가 강한 일부 회사는 꽤 보호가 튼튼한 모양이다. 상위층의 경우 기업 매니저급들을 다룬다. 이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여유는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지만 슬슬 아랫사람들을 먹여살려야한다는 압박을 받는 사람들이고, 여기서부터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이 나오면서 일과 삶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추구하는 계층이었다. 이 사람들은 일의 의미를 상당히 따지며, 의미를 별로 못 찾는 경우 이직을 불사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반면 작중 중하위 계층이나 오바마 등이 자기 부모 세대를 떠올릴 때는 일은 그냥 먹고살려고 했지 의미는 무슨 의미냐 라고 말을 해서 일의 역할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최상위층의 경우 기업 오너급들을 다루는데, 작품에 나오는 호텔 체인을 소유한 그룹이 인도 타타그룹이었다. 그래서 타타그룹 CEO가 인터뷰어로 나오는데, 이정도 급 인물을 다큐에 섭외한 걸 보고 이건 오바마가 제작&인터뷰했으니까 가능한거구나 싶었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국가나 사회 단위로 사고를 하며, 정치인들이 나오기도 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나가야할지에 대한 담론을 많이 논의했다. 여러 계층의 삶을 카메라로 자세히 그려냈다는 점에서 raw data가 참 신선한 다큐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측면에서 작품을 재밌게 보긴 했는데, 뭔가 raw data의 신선함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이 data를 하나의 다큐로 엮어내는 과정은 약간은 뻔한 느낌이 있었다. 양극화 문제/인종갈등 문제/노조가 중요하다/정치가 중요하다 같은 말들은 사실 미국 진보 세력이 일반적으로 많이 하던 말이라 내 기준에서는 엄청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와 별개로 오바마가 각 시즌별로 다큐 주인공들과 짧은 인터뷰를 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런 인터뷰들은 좋았다. 다큐 주제에 꼭 align되지 않고 가볍게 어울리며 인생썰을 조금씩 푸는 느낌의 인터뷰였는데, 나름 진솔한 얘기도 나오고 일단 오바마의 지위에 비해 되게 격의가 없다보니 인상이 좋아보였다. 요즘 트럼프 꼬라지를 보면 오바마정도면 정말 GOAT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