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행복한 라짜로
평균 3.9
'행복한 라짜로'는 당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탄 작품인데, 그럴 만한 참신함과 주제의식이 담긴 흥미로운 영화다. 순수한 시골 청년 라짜로를 따라가며, 그와 같이 사는 주변 인물들과 새로 만나는 인연들을 통해, 영화는 자본주의와 계급 사회에 대한 구슬픈 비판을 한다. 라짜로는 성경에서 나사로에 해당하는 이름이다. 나사로는 신약성서에서 두 인물의 이름인데, 하나는 예수의 열정적인 제자 중 한명이자 예수의 한마디에 부활을 한 인물이다. 다른 하나는 부자와 나사로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거지 나사로로, 생전에는 부자에게 무시를 받으며 고통스러운 생을 살다가 죽고 천국에 가게 된 우화다. 성경에 등장하는 두 동명이인의 이름을 이어받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찌보면 이 두 성경 인물들의 합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속 라짜로는 정말 바보라고 할 정도로 순수한 청년이며 돈이라고는 한푼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순수함 때문에 그는 사람들한테 속고, 이용당하기만 한다. 여기에 영화는 인간의 역사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계급사회의 역사성을 추가하며 순수한 정신과 호환이 안되는 추하고 악한 인간 사회를 비판한다. 주연 배우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의 새하얀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와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검은 곱슬머리에 화룡점정으로 똘망똘망하게 빛나는 눈빛을 보면 5초 이내로 이 캐릭터가 때라고는 하나도 묻지 않은 순진한 사람임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런 탄탄한 중심 연기가 있기에, 관객은 주인공의 특성에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며, 현대 사회라는 오즈에 천사가 갑자기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어둡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주인공과 그를 통해 힘든 세상을 사느라 잠시 잊고 있던 순수함, 행복을 다시 맛보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또다른 본성,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시장과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며 차가운 콘크리트 빌딩들이 올라간 현대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옛날 옛적에는, 로마의 국부과 될 로뮬루스와 레무스가 늑대의 젖을 빨던 시절에도 과연 그랬을까하는 인간사에 대한 서글픈 감독의 생각이 담긴 하나의 우화와도 같은 이 영화는 인간과 인간 사회에 대한 비관적이면서도 약간의 희망적인 낙관도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하층민의 일상을 비전문 배우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리는 이 영화에서는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바탕이 보인다. 특히 슈퍼 16mm 필름의 빈티지한 룩과 거친 질감은 주인공의 시련 많은 여정과 세상의 분위기를 더욱 풍만케 해줬다. 화사함과 창백함을 오가는 영상미부터 주인공에게 언제나 들어가는 아이라이트까지, 이 영화는 시각적인 연출로 이야기를 펼칠 톤을 완벽히 설정하며, 주인공의 문명 오디세이를 통해 인간을 탐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