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청춘빌라 살인사건'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형님과 아우가 30억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을 하는 밀실 스릴러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에 선정됐었지만 입상은 못 했다는 이력이 이미 사실 일반 관객들을 향한 경고등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경고등은 역시나 옳았다. 우선 장점을 얘기해보겠다. 기본적인 설정과 인물 구성은 나름대로 잠재력은 있었다. 이 사건에 연루되는 7~10 명 정도 되는 캐릭터들이 계속 이해 관계가 꼬이고 꼬이며,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냐에 따라 상황이 변하기도 하는 설정 자체는 좋았다. 이런 설정을 잘 전개하며, 정보를 재치있게 풀어가면 '헤이트풀 8' 같은 작품들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처음에 깔아놓은 판만 좋았지, 그 판 위에서는 똥만 싸기 시작한다. 유치하기 그지없는 대사들, 개연성과 흐름이라고는 거의 없는 전개, 그리고 인물들이 몰입감 없는 건 둘째치고 일관성도 없는 이 각본과 평면적인 조명과 의미없는 편집과 지루하고 어색한 구도들로 가득찼다.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과장돼서 시끄럽기만 하고, 유머와 스릴을 오가려는 이 영화에 맞춰 음악도 그에 따라 연출하지만 음악도 너무 뻔하고 어디 스톡에서 따온 느낌이 들었으며, 유머는 전혀 웃기지도 않고, 스릴은 긴장감이 없었다. 이런 수준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무엇이 재미인지 잘 모르고 수준 낮은 장르 이야기만 고안하는 각본가의 멍청함, 이 이야기를 어떻게 영상화해서 흥미롭게 연출하고 스토리텔링할지 모르는 감독의 무능함, 그리고이런게 일반 관객들에게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작자의 오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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