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리
4 years ago

바바리안 인베이전
평균 3.2
이혼한 뒤 아들을 홀로 키우는 왕년의 스타 배우 문은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한 감독 로저의 부름을 받는다. "인생은 한편의 영화 같다"는 로저의 말에 문은 "홍상수식 영화를 찍으려는 건가요?"라 되묻지만, 로저는 "동남아판 <본 아이덴티티>를 찍으려고"라 답한다. 문은 한 달 간의 무술 훈련에 돌입하고, 훈련의 고통과 함께 자신에 대한 감각을 깨우쳐 간다. 천추이메이가 연출, 각본, 주연을 모두 맡은 이 영화는 "영화 만들기"에 대한 또 하나의 영화다. 영화는 어느 순간 영화와 영화 속 영화와 영화 바깥에서 관람되는 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것들은 뒤섞여 구분되지 않은 채 제시된다. "액션"이라는 외침으로 시작한 영화이기에, 어쩌면 <바바리안 인베이전> 전체가 메타적인 영화로 제시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이 훈련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고 영화에 접근하는 것에 뒤이어 등장하는, 영화와 영화 속 영화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바바리안 인베이전>은 길을 잃는다. 경계 없이 뒤섞인 장면들 속에서 주인공이 감독인 로저인지, 영화의 감독, 주연, 각본가인 천추이메이의 캐릭터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 지점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