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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미인

석미인

4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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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영화 ・ 2004

평균 3.2

21세기 현대사의 비극은 대부분 영국에서 출발했다. 20세기 할리웃에서 보던 대통령이 외계인도 무찌르고 에어포스원도 몰던 시기에 업자들은 역시 저런 건 미국 도련님들이나 하는 일이제 하고 입맛만 다시고 말았으나 영국의 리차드 커티스가 이끌던 워킹타이틀호가 세련된 양품을 떼다 팔자 식민의 소자본 로코 자영업자들의 가슴에 불이 지펴진다. 이미 노팅힐에서 쥬스를 쏟는 클리쉐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작법을 해금시켰고 브리짓 존스 시리즈로 30대 여배우들을 메이저에 장기 집권시켰으며, 라부액츄얼리가 끼친 영향은 스케치북 쪼가리부터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도 없지만, 우리 영국에는 베컴의 오른발도 있따라고 일갈한 휴그랜트 총리의 발언 이후 우리가 얼마나 국뽕 영상에 피폭됐는지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영국은 윔블던에서 1930년대 이후 자국 선수가 결승에조차 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러브액츄얼리 이듬해에 나온 워킹타이틀의 이 영화는 그저 소박한 상상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영국선수가 윔블던 결승에 서는, 사실 영화 자체에 뽕끼도 거의 없다. 그냥 그런 순탄한 로코일 뿐이었는데 이 당시 3세계 영화 소상공인들에게는 스포츠와 국뽕을 합치면 개꿀이라는 계시로 받아들여졌고 한국의 천재 수학자 윤제균을 필두로 한 많은 이들이 K 방정식에 국뽕 짜내기를 도입하게 된다. 여기저기 스키 짬푸도 하고 핸드볼두 던지고 탁구도 하는 프로덕션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관객들의 호응에 화답할 준비를 했던 것이다. 관객들도 이미 화답할 준비를 했다고??? 관객들의 광기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은 그 당시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꾸준히 구축한 동방의 한 감독으로 잘 알 수가 있다. 그는 소자본 업자들과 달리 우직하게 쌈짓돈을 끌어모아 콤퓨타 그래픽과 미국 로케이션을 통해 영화를 완성했으며 화룡점정으로 용가리가 승천하는 마지막에 아리랑을 뿌려버린다. 그러고는 결국 100분 토론에 끌려갔지만. 죄명은 아마도 ‘국뽕은 스포츠로부터’라는 워킹타이틀 독트린을 위반해서 였을 것이다.  이제 와 지나고 보니 낭만의 시대였다고 하기도 그렇다. 이 영화가 나온 지 10년 뒤 영국 선수가 최초로 윔블던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구한말 위정척사파들의 입을 여물게 했던 동도서기 (동양의 우월한 정신문명은 그대로 두고 서양의 기술만 들여온다) 중체서용, 화혼양재의 틀에서 아시아도 할 만큼 했다고 본다. 스팸에 김치를 싸서 드셔보세요까지가 극한이었으니까. 시간이 흘러 우리가 넷플릭스 세계관에서 워킹타이틀을 물려받은 이때에 우리는 뭘 찍어내야 하는가란 질문이 있다면. 해답은 이 달달한 줄로만 알았던 로코 전문 기업이 그간 무얼 만들었는가를 되짚어 보면 될 거라 본다. 바톤핑크, 파고, 데드맨 워킹, 제8요일, 빅 레보스키, 새벽의 황당한 저주, 빌리 엘리어트, 레 미제라블, 베이비 드라이버, 데니쉬 걸, 라스트 나이트 인 소호. 아 근엄하게 열거했지만 이미 우리나라도 이런 건 다 하고 있구먼 싶다. 헤헤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