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샌드

샌드

2 month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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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속의 모과나무

영화 ・ 1992

평균 4.0

예술 작업 과정을 담아낸 한 예술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면서, 제게는 그림과 영화란 예술이 각기 시간을 담아내는 서로 다른 방법에서 한 예술가가 다른 사람의 예술가의 모습을 담아내는 방식을 통해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특성이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가장 아름답고 어쩌면 숭고하게까지 느껴지는 지점을 만날 수 있는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걸출한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넣거나 직접 개입하는 식으로 대상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도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한 사람이 걸어오는 장면과 함께 당시 날짜를 요일까지 상세히 기록한 자막도 제시합니다. 이는 이 영화가 단지 예술가에 대한 영화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물과 함께 시간을 중요하게 담겠다는 것을 선언하듯 보여주는 오프닝인지라 관객이 자연스레 그를 의식하고 인지하도록 만드는 지점이 처음부터 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의 분기마다 계속 자막을 통해 날짜를 알려주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게끔 만드는데, 있는 그대로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과 함께 이렇게 편집이나 자막을 통해 감독이 직접 개입하면서 시간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지점이 흥미롭습니다. 영화가 예술을 작업하는 예술가에 대한 걸 그리는 것을 통해 궁극적으론 보는 것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지점을 말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이렇게 대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을 하는 연출은, 결국 이 영화 속의 화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지점과 같다는 점에서 구조로나 구상으로나 절묘한 면이 있습니다. 안토니오 로페즈가 나무를 바라보는 것과 빅토르 에리세가 안토니오 로페즈를 바라보는 것이 제게는 같아 보이는데, 그러면서도 예술이 가진 특성의 차이에서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그림이라는 예술을,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오랜 시간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는 영화의 특성으로 보완하며 양쪽에서 모두 빛나는 지점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