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HeeJinJu

HeeJinJu

8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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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책 ・ 2007

평균 3.7

[우리의 영혼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그 반면 우리는 부서진 영혼을 얼마나 쉽게 조롱하는가] 이 책은 지극히 "현실을 살아가는 현재"와 "과거를 붙잡은 채 현실을 도피하는 현재"를 각각 상징하는 인물 스탠리와 블랑시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며, 블랑시의 마지막 남은 영혼 한조각까지 파괴당하여 퇴장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극은 미국 뉴얼리언스를 배경으로 블랑시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동생 스텔라가 살고 있는 "극락"이라는 동네로 찾아가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남부 귀족 출신이었지만, 극의 시작부터 이미 산산조각 상태로서 등장한다. 친척의 죽음, 동성애자 남편의 자살을 겪으며 가진 재산마저 모두 잃었고, 마지막 도피처로서 동생 스텔라를 찾은 것이다. 동생을 찾기 전 그녀는 현실에 대한 도피로 철저히 "욕망"을 선택해왔다. 수 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고, 영어 선생님이었던 그녀는 나이 열일곱의 제자까지 건드리게 되어 직장인 학교에서 쫓겨나기에 이른다. 블랑시의 동생네 살이는 순탄치 않다. 스텔라의 남편인 스탠리는 블랑시가 자신의 자존심을 긁었다는 이유로 그녀에 대한 복수를 욕망하고, 결국 스탠리는 그녀의 과거를 조사한 뒤 블랑시가 마지막 희망으로서 교제하던 미치에게 폭로한다. 블랑시는 미치에게 항변한다. "낯선 사람과의 관계만이 텅 빈 가슴을 채울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았다"라고. 하지만 자신이 끝까지 지키고 싶어했던 품위는 진작에 자신에게 없음을 그녀는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극 중 내내 사치스런 옷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어두운 조명 속에 자신을 가려온 점을 보아 파악 가능하다. 극에서 스탠리는 복수심, 자존심, 재산, 성욕 등 눈 앞의 육적인 욕망을 상징하며,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해 블랑시의 영혼을 함부로 파괴한다. 자본, 권력, 이익, 효율, 합리 등의 단어를 대표하는 결과주의가 낭만, 문화, 교감 등의 추상적 가치를 짓밟는 오늘날을 표현하는 인물인 듯 하다. 하지만 나는 부서진 영혼의 상징인 블랑시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다. 결과주의라는 오늘의 시대정신에서 자신을 떳떳하게 증명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타인의 시선과 편견에 부서져가는, 역시나 대다수의 "오늘날의 약한 우리"를 표현해주는 인물이기에. 블랑시는 상처 받은 인물이다. 그리고 그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욕망"을 택했다. 사람들은 이를 놓고 블랑시를 비난한다. 왜 두발 딛고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냐고. 왜 자신을 점점 더 "욕망"이라는 심연 속으로 빠뜨렸냐고. 하지만, 블랑시는 부서진 영혼이었다. 혼자 일어설 힘이 없었으며, 그렇기에 극에서 퇴장할 때 말했듯 "낯선 이의 친절에 의지"해왔을 것이다. 그녀의 낯선 사람과의 관계는 육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단지 낯선 사람에 대한 의지였을 것이다. 한 없이 부서지고 약한 존재로서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그녀가 "욕망"을 택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책 제목의 "욕망"은 부서진 영혼을 쉽게 짓밟고 조롱하는 오늘날의 우리를 질책하는 단어인 것만 같다. 블랑시는 그녀의 과거를 알고 돌아선 미치에게 "사실주의는 싫어요. 나는 마법을 원해요.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진실이어야 하는 것을 말해요"라고 말했다. 남들에 의지해온 지금의 결과가 남들 눈에 추잡하고 비참해 보일 것을 알지만, 자신이 버리지 않았던 마음 속의 순수함만은 마법 처럼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외침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