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상맹

상맹

3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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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사막

영화 ・ 1964

평균 3.6

역시 기가막히시다. 뭔가 도시의 이유없는 우울과 불안을 느낄 때면 매번 차이밍량 혹은 안토니오니 감독님은 무언가를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데 역시다. 강박적인 끊이지 않는 노이즈, 너무나 많은 고층 빌딩, 너무 많은 자극, 너무 많은 사람과 언어 - 방향감의 상실과 이유없는 우울. 기실 바벨탑에 대한 분노는 단순히 하늘을 닿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 너무 커다란 것을 만드는 데에서 오는 바벨 도시를 바라본 유대 유목민의 혼란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전염병 비유도 안개 비유도 마찬가지일테고. 너무 많아 구별하지 못하는 닮고 비슷한 사람과 건물들 사이에서 이상한 적대감과 방향 상실만 생기기도 하고 키스는 어렵지만 몸 섞기는 쉬워지고. 그것만은 현존감을 주니까. 이해받길 바라니 다른 언어로 방백하고. 영화사 배울 때 필름에 틴 입힌 씬으로 접했는데 물론 그것도 좋지만 색채대비 포함 미장셴,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방향상실감, 공간, 모니카 비티의 왠지 모르지만 좋은 연기와 아우라, 사운드, 스케일 등 빼먹을 지점이 없다. 일하느라 너무 많은 자극에 빡쳐있었는데 역시 영화다. 옛날엔 영화의 많은 이미지들이 궁금해서 자극에 던지려 봤는데 요샌 오히려 영화만큼 안정감을 주는 게 없다. 하나의 스크린에서 나오는 이미지들이 자의로 그리고 새로고침되지 않으니까 하나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계속 핸드폰을 보거나 창을 바꾸지 않아도 되니까. 벤야민의 정신분산 영화론은 2022년에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현실에 스마트폰 보느라 내 대가리가 집중을 못한다. 갑자기 안토니오니와 슬로우시네마를 보고 싶었던데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