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JE

JE

3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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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잉 버티컬

영화 ・ 2016

평균 3.6

2023년 03월 30일에 봄

이런저런 사회 문제가 담겨 있다지만, 사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고독이랄지 외로움이랄지 황량한 감정을 기반으로 한 기묘한 감각들이 역시나 인상적이었다. 마치 어둠 속 어딘가 숨어 있는 늑대들마냥 근원과 끝을 알 수 없어 더 긴장하게 되는 무서운 감정들. 그래서인지 <세상의 기원>을 연상시키는 숏들. 특히 마리의 영문 모를 우울과 아이에 대한 혐오를 그저 출산 장면 하나로 설명해버리는 점이 아무래도 감탄스럽고 섬뜩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마리를 다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낯설고 얼얼하게 내려치는 출산 장면과 마리의 감정이 기이한 몽타주를 이뤄내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고 보면 <스테잉 버티컬>(혹은 다른 기로디 영화)의 도발적인 이미지 자체가 어쩐지 (세상의 늑대들을 향해) "꼿꼿하게 서 있으라"는 대사, 엔딩의 그 옹골찬 다짐과 응시를 닮았다. <도주왕>의 숲이나 <호수의 이방인>의 호수, <노바디즈 히어로>의 다세대 건물처럼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모르긴 몰라도 공간이 참 강렬하다 싶은데, <스테잉 버티컬> 역시 공간 이동이 잦음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였다. 공허할 정도로 드넓은 초원, 자연적 색채로 빼곡한 숲속, 외딴 곳에 덜컥 놓인 듯한 마르셀의 집, 건물로 가득하나 한적한 도시 등 저마다의 스타일이 자리한다. 각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동이나 에피소드, 또 공간 자체의 분위기나 리듬이 서로 그다지 어우러지지 않는 듯하면서도 (마리, 요안, 마르셀, 루이의 관계가 엉켜 있듯) 결국 한데 뒤엉켜 아득하고 막막한 감정을 건드린다. 마치 양처럼 떠돌다 늑대처럼 모여들 듯이. 적절한 표현일런지는 모르겠으나, <스테잉 버티컬>은 어떤 대위법적인 공간의 드라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