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정환

정환

1 year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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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영화 ・ 2024

평균 3.6

상상한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본다는 것이지만, 새하얀 빛을 상상한다는 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뜻과 같아서.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보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 빛에 눈이 멀어 암흑 속에선 도저히 빛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에서, 현재와 미래 중 무엇이 빛이고 암흑인 걸까. 이 세상에는, 떠나고 머무르는 것조차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으며, 뒤늦게나마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지금 이 순간에서 무력한 암흑을 느끼는 세대와. 아무리 그려봐도 선명히 떠올려지지 않을 미래들에 대한 무감각함 자체가 암흑인 세대가 공존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한곳에 머물러 있더라도 나라는 존재를 기억한다는 것은 나의 몫도 아니고, 금방 떠나갔다고 해서 그 사람을 금방 잊을 거라는 것도 내 뜻이 아니기에, 어느 방면에서나 눈이 멀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무엇 하나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어차피 기억하지도(되지도) 못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 아니었을까. 먼저 눈이 멀어 지나친 청춘에 대해 후회만 남은 이전 세대의 진심 어린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길을 잃은 청춘에게는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 우리를 춤 추게 만드는 것은 빛이 하는 일도 아니어서. 두려움 속에서도, 어떤 후회나 미련 속에서도,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는 아니었을까. 이 영화의 모든 대사와 소리와 음악이 좋았던 것도 그래서는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