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1960년대 미국의 흑인인권과 여성 코르셋 문제를 유쾌하고 영리하게 끌어내어 관객을 웃고 울리는 이 뮤지컬 영화가 끝내 불편했던 건,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하는 이가 백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득권 스스로 특권을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대하는 자세는 환영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투쟁의 주체, 특히 발화의 주체는 언제나 피억압층의 당사자여야 한다. 영화는 사회적으로 억압받던 흑인이 주체가 됨을 끝까지 저지하고 백인의 지혜와 인도를 전면에 내세운다. 세트장에서 흑인과 백인 사이에 선을 긋고 춤을 추는데 트레이시가 함께 춤추자고 먼저 제안하지만 시위드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흑인의 날 폐지에 대항하는 시위를 먼저 제안하는 것도 트레이시이며 기득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악역으로 대표되는 벨마에게 대항하고 통쾌하게 한 방 먹이는 것도 백인인 코니다. 역사 속에서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고자 삶을 걸고 투쟁했던 주체는 흑인이었다. 그러나 영화 전반에서 흑인은 주저하거나 백인의 발화를 통해 답을 얻는다. 때문에 아이네즈의 미스 헤어스프레이 당선은 그녀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 무색하게 백인의 시혜를 받은 결과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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