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네상스형뮤지션

전쟁과 증오
평균 3.7
'세상은 조국과 민족에 대한 억제되지 않은 헌신으로 물들어 있고, 그러한 헌신의 측정은 다른 민족에 대한 증오의 강도입니다.' 짙어진 민족주의가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던 2차 대전 격동의 시기 폴란드를 잘 묘사했다. 다민족 국가였던 폴란드는 어떻게 참혹한 전쟁의 희생양이 되어 서로를 죽이고 뜯고 몰아내 슬라브계 폴스카Polska 단일민족이 되었나. 영화는 대부분 소작농이거나 하층일을 하며 살아가던 폴란드 남동부 볼히니아Wolyn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의 불만으로 시작한다. 독소 불가침 조약에 의한 분할부터 독소 전쟁에 의한 혼란, 우크라이나 민족 독립을 주장한 반데라주의, 카톨릭(폴란드)과 정교회(우크라이나)의 분열과 증오 조장이 한 영화에 다 들었다. 물론 폴란드 영화라 대체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좋지 않게 묘사하는 측면이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개봉 금지된 이유가 쉽게 이해된다.(양 나라의 극우는 이런 역사 때문에 서로를 여전히 혐오하지만, 러시아를 대적하고 지난 과오를 통한 배움을 통해 큰틀에서 두 국가는 우호관계다.) 폴란드 현대사를 얕고 넓게 접할 수 있는 가슴 아픈 영화. 초반 결혼식은 자유롭고 다채롭던 당시 문화를 잘 보여준다. 반면 후반의 학살은 초반 결혼식과 여러 면에서 극적 대조를 이룬다. (서로 어울리는)춤과 (도끼나 농기구를 든)학살이 극적으로 흡사하고, 불 붙은 짚단을 서로 던지고 받으며 놀던 청년들과 몸을 짚단으로 두르고 불 붙여 발광하는 아이를 서로 걷어차며 웃는 모습이 연결되며, 문지방에서 신부의 머리카락을 잘라 신부집에 두는 전통과 목을 자르기 쉽도록 문지방에 놓고 참수하는 장면 등이 극적으로 대비된다. 가족 같던 이웃이 비정한 살인자가 되는가 하면, 친하지 않던 이웃이 목숨을 살려주기도 한다. 휴머니즘과 비인간성이 종이 한 장 차이며, 전쟁통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 그러한 경향은 0 또는 100으로 나타난다. [역사는 인간이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We learn from history that we do not learn from history. - 헤겔] 식민시절 중일전쟁을 노리던 일본의 중혐에 속아 화교를 닥치는대로 죽인 1931 학살도 그렇지만, 100년 간 빨갱이로 기득권 연명하다 이제 중혐으로 똘똘 뭉치는 극우세력의 준동을 보면 역사는 반복되며, 역사를 통해 배우기란 이렇게나 어렵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