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Oh

Oh

4 years ago

4.5


content

지옥

책 ・ 2020

평균 3.8

죽음 뒤엔 삶을 평가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니까. 내가 살아간 현실이 최소한 지옥은 아니었다는 위로가 필요하니까. 죽어서 지옥엔 안가겠다는 믿음 하나로 악물고 버텨온 내 삶이 틀린게 아니어야 하니까. 그렇게 내가 정의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두 가지 명제에 주목한다.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간다." "나쁘게 살면 지옥에 간다." 그 기준을 아는 인간은, 적어도 인간 중에선 아무도 없기에 우선은 그렇게 믿고싶고 그렇게 믿어야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에선 잔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기에, 두 명제 뒤에 숨은 하나의 질문을 더 던져봐야한다. "착하게 살면, 지옥에 가지않는가?" 평생을 선하게 살았다고 믿는 누군가가 오래 살길 바랬다. 적어도 평화로운 죽음을 맞길 바랬다. 아니 백번 양보해서, 지옥같진않은 다른 세상에 가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나의 그 간절했던 기도가 현생을 살아가며 "어련히 그렇게 됐겠지"라는 실체없는 믿음 정도로 마음에 누그러졌는데 그걸 연상호 작가의 <지옥>이 무던히도 헤집어놓았다. 진짜 현실은 삶과 죽음의 선택이 아니라, 선택할수없는 무작위성에서의 생존이라는걸. 알고 있었지만, 모르고싶었던 그 잔인한 진실. 연상호 작가는 언제나처럼 본인이 추적한 삶의 현상을 한치의 숨김없이 날 것으로 내놓았다. 이번에도 "원인"의 규명보다 그로인한 "반응"과 그 반응들이 만들어가는 "결과"에 주목하는 그는 이야기가 끝나갈때까진 마치 세상 무심한 지옥의 관찰자같지만, 뭣도 없을것같지만 그래도 이 세상엔 존재하는, 선한 의지에 "감싸져" 보호되어야만하는 무언의 절대적 가치를 끝에 이르러서야 제시한다.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할 토양을 꾸준히 고찰해온 연상호식 결론이 <지옥>에도 유효했다. 영상으로 보여질 <지옥>은 <부산행> <반도>가 그랬듯 원인은 모르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반응들을 관찰하다가 마지막에 "최소한은" 지켜져야 하는 어떤 뭉텅이의 가치를 제시할 것이다. 그것은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고 생각하면 온기일 것이고 식었다고 생각하면 냉기이겠지만, 분명한건 그것은 결코 누구도, 신도 꺼뜨릴수없는 인간만의 불씨다. 드라마가 원작의 결말과 똑같이 간다면 난 펑펑 울며 꼼짝도 못할것같다. 하지만 꼭 그렇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ps 1.<반도> 때처럼 오버하진 말고.. ps 2.부국제 상영본이 3화까지만 있는게 아쉬울 따름ㅜ 나머지는 11월 19일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