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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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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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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영화 ・ 2020

평균 3.6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의 인물들처럼 가상화폐라든가 스포츠도박 등에서 비롯되는 일확천금의 기회를 탐색하려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가 제시하는 시간 놀이는 2분 뒤의 미래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가까운 미래로부터 먼 미래를 내다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욕망은 2분 단위로 끊어지는 시간의 장난에 매혹되기만 할 뿐 성취되기 힘들다. . 관객은 근미래를 목도한 뒤, 연속된 시간 속에서 결정된 미래로 나아가는 인물의 모습을 그대로 감각한다. 카메라는 <1917>의 그것처럼, 롱테이크를 이어붙여 관객과 인물의 시공간을 동기화한다. 인물이 겪는 시공간의 뒤틀림이 관객에게 핸드헬드 카메라(놀랍게도 핸드폰이다)로 생동감있게 인지되지만, 사실 관객이 제대로 감각할 수 있는 건, 인물이 처한 현재이다. 즉, 관객이 체험하는 인물들의 과거와 미래는 매체(모니터, 텔레비전)를 통해서만 포착되기 때문에 관객은 역설적으로 인물의 현재 모습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다른 차원으로 감각한다. . 정해진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모순에 빠진다며, 결정론을 따르려는 인물들, 그들이 처한 세계관의 논리에 영화는 자그마한 균열을 가한다. 바로 '우연'이다. 재채기는 패러독스를 생성하고, 예정된 미래를 거부한 채 현재를 관통하는 인물들이 느끼는 감각을 오롯이 지켜낸다. . 부천 영화제에서 발견한 보석과도 같은 이 영화는, 제한된 공간적 배경으로 인한 연극성을 띠고 있으면서도 지극히 매체적인 담론을 만들어내고, 또한 시간의 흐름이 어긋날 때 발생하는 파열적 양상을 변주하고 적극 활용하는 영화적 순간을 생성한다. 그러면서도 따스한 손길을 잊지 않는다. 팬데믹 시국에 관객들과 함께 웃으며 관람한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당분간 내게 진한 여운으로 남아 훈훈하게 맴돌 것만 같다. . P.S. 나...따스한 휴머니즘도 좋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