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현이

현이

3 month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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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인 삶

영화 ・ 1974

평균 3.8

2025년 12월 16일에 봄

철도, 담배, 차(茶). 눈을 감고 노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담배를 말고, 차를 찻잔에 부어 마신다. 콜록 콜록, 손이 떨린다. 이윽고 나는 낡은 벽으로 둘러쌓은 쾌쾌한 집의 차가운 기운이 느낀다. 우리는 노인을 보면서 무언가를 계속 떠올리게 돼. 어딘가에서 읽은 글인데, 좋은 영화라는 것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영화가 아니라 시간의 감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영화라고 하던데. 이 영화는 그 예시에 완벽히 들어맞는 영화라고 생각해. 영화는 계속해서 늙은 노인이 굼뜬 손동작으로 담배를 마는 모습, 찻잔에 차를 부어 마시는 모습 (원래 이런 용도로 쓰는 것이라는 걸 듣기만 했는데 이렇게 마시는 것은 처음 봤음) 그리고 생활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소극적으로 대항하는 모습을 쭉 쳐다보듯 담아내고 있어. 그때, 관객은 노인과 동화되어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카프카의 말이지? 이것을 모든 예술에 적용시킨다면 영화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겠지. 그것을 가장 쉽게 매개할 수 있는 영화적 수단은, 바로 폭력, 비극, 부조리 등 비일상적이고 비인간적인 그 끔직한 형태를 다양한 방법론을 이용해 담아내는 것이야. 그렇기에 지금까지 거론되는 많은 명작 영화는 대개 그런 내용을 담고있지. 이 영화는 그 반대편, 즉 굳이 비일상적 비이성적 상황에서의 그리스 영웅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격정적인 영화적 방법론으로 담아내지 않아도 어떠한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