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두박질봉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평균 3.9
2026년 04월 01일에 봄
「7년 간의 기록을 2시간에 담아내다」 그 사이 옛 동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예전만큼 깔끔한 연필선이 그려지지 않고, 뇌의 뚜껑이 열려서 미친 상태가 되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제작 과정기... '창작은 곧 고통'이라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던 2시간. 오랜 동료였던 얏칭과 파쿠상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던 미야자키 옹은 새로운 작품에 이 두 사람을 구현한 캐릭터를 넣었다. 미야자키 옹은 파쿠상을 참 좋아했나보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제작 시일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 올 때면 늘 파쿠상과 대화하던 습관 때문인지, 연신 파쿠상을 찾는다. 이제는 없지만, 그의 인생에서 없어선 안 될 인물인 파쿠상을 '큰할아버지'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아참 지금까지 미야자키 옹 곁을 떠나지 않은, 귀여운 스즈키상을 빠뜨릴 수 없지. 왜가리 같이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에 배가 점점 볼록 나오는 스즈키상의 모습과 왜가리 모습을 교차편집 하면서 보여주는게 제일 코믹했다ㅋㅋㅋㅋ 콘티 짜는 데도 수 개월 걸리고 원화 수정하는 데엔 더 오랜 시간이 걸린 제작 과정.. 뭔가 아니다 싶은 장면을 수정하기 위해 몇날며칠을 붙잡는 거장의 모습을 조용히 곁에서 담아낸다. 창가의 그 자리에서 제일 늦게까지 수정하느라 머리를 벅벅 문지르는, 고뇌하는 미야자키 옹의 모습이 제일 인상에 남았다. 자신 및 주변의 스토리를 이렇게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역시 거장은 거장이다 싶을 정도로 창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미야자키 옹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이 다큐의 감독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전에도 미야자키 옹의 다큐를 찍은 바 있는 감독이기에 미야자키 옹과 동료들이 감독의 카메라를 낯설어하지 않고 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에 주목했다. 고뇌에 찬, 혹은 슬픔에 빠진 미야자키 옹의 모습을 담아내며 말벗도 되어주던 감독의 역할이 돋보였다. @2026.04.02. @홍대 메가박스 시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