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3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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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언덕

영화 ・ 2022

평균 3.9

2023년 07월 15일에 봄

이 영화는 주인공이 ‘솔직해질 수 있게’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럼에도 ‘솔직한 것에’ 불편해하고 있는 것은 현실적이다. “저건 다 의지가 없어서 그런 거야.” “하나님? 믿을 것도 없어. 자신만 믿고 살아.” ‘선의’라는 것은 베풀 때도 좋지만 상대가 그것을 알아주고 기뻐해주는 것도 기분이 좋다. 명은은 ‘인정’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한 것이었다.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 하고 '들인 정성'에 비해 '그저 그런 것'이 되어버리자 그녀는 뾰루퉁해지기도 한다. 엎드려서 울어보기도 한다. 상을 탔을 때에도, 자신이 노력해서 얻어낸 '성취감'보다, 집에서 '잘 했다'며 박수쳐줄 가족을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아이의 노력은 항상 좋은 결과를 수반하지 않는다. 그녀가 꿈꾸는 것은 '단순한 아름다움'이었지만, 돌아오는 건 '복잡한 무관심'일 뿐이었다. “나 반장 됐어.” “우리 같은 사람은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야. 주제 파악 좀 해.” 싱싱하게 노랗던 바나나는 빠르게 먹기 싫은 꼴로 변한다. 까매진 바나나의 겉모습은 악취를 풍기고 벌레까지 꼬이게 한다. 명은에게 '가족'이 그러했다. 나태한 아버지를 회사원이라고, 인정 없는 어머니를 평범한 가정주부라고 표현한 것은 그녀에게 가족이라는 존재가 '시간이 지난' 바나나와도 같았다는 뜻이다. 명은은 그 바나나를 가까이 하고 싶지도 않았고 먹지도 않았다. 이상적인 '가짜 가족'을 만들어내어 상상 속의 바나나를 꺼내 먹곤 했다. “계속 고무줄로 묶으면 머리카락 빠진다니까. 괜찮은 게 아니라, 왜 내가 준 머리띠 안 해?” 명은은 전학생 혜진을 싫어했다. 보이지 않는 총알에 자신보다 피를 더 많이 흘리고 있으면서 그것에 ‘초연’하며 거짓과 가감 없이 자신의 ‘처지’를 이겨내려는 그녀를 싫어했다. 하지만 명은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보다 글을 잘 쓰는 혜진에게 샘을 내면서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쓸 수 있는지' 알아내려 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대상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꾸밈없이 진실된 글을 쓰는 것'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인한 거짓으로 가득찼던 삶이, 솔직한 용기로 바뀌는 과정이 아름다웠다. “저에게 가족은 물음표예요. 세상엔 가족 보기가 넘쳐나는데, 우리 가족은 그 보기에 없어요.” [이 영화의 명장면 📽️] 1. 비밀 우체통 비밀의 사연을 적는 우체통이지만 그 우체통의 위치는 ‘모든 학생들이 볼 수 있는’ 맨앞이었다. 처음부터 아이들의 속마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명은은 필체와 종이까지 바꿔가며 아름다운 학급을 만들기 위해 애썼고, 자신이 유지하고 싶은 '아름다움'에 얽매여 있을 뿐이었다. 실제로 그러했다. 반에 책이 한두 권씩 쌓이고, 생일 축하받는 학우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으며, 서로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찍는 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시간 지난 바나나 같은 가짜 우체통이었기에. “우리반에 작은 도서관을 있었으면, 모두가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줬으면, 우리들만의 추억 앨범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2. 엔딩 명은은 대상을 받고 싶어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가족은 '우수상' 정도로는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대상을 포기하고 '가족이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것에 대한 배려'를 택한다. 그것은, 가족이 싫음에도 그들을 사랑하기로 택한 것과 같았다. 어디 가서 당당하게 자랑하지는 못 하는 가족이지만 명은은 가족이 자신에게 행하는 '무관심'에 대해 믿지 않았다. 돈은 없지만 명은에게만큼은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와, 명은이 받은 상을 '제일 앞 페이지'에 끼워넣는 어머니. 그는 자신이 살면서 유일하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포기하고, 자신이 사랑하기로 한 가족의 마음을 선택한다. “명은이는 가족을 사랑하는구나." "아니에요." 솔직하지 못 하다는 것은 그만큼 지키고 싶은 게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그녀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솔직할 필요없어. 솔직한 게 꼭 좋은 건 아니야. 중요한 건 거짓말을 해서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