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김성진

김성진

1 year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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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책 ・ 2016

평균 3.6

2024년 12월 02일에 봄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 그리고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주인공 제이미 모턴의 일생을 긴 호흡으로 따라가며 삶의 고비나 굴곡마다 발생하는 기묘한 사건이나 소동을 담은 작품이다.주인공의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그의 행동을 따라가며 제이컵스와의 인연,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의 변화, 난잡했던 청년기의 실수, 가족의 죽음 이후 제이컵스의 점진적인 변화 그리고 놀라운 전기의 힘이 만들어 내는 기적에 대한 집착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리바이벌'에 스티븐 킹은 언제나처럼 그의 장점과 특징을 보여준다. 예측이 어려운 전개, 뜬금없지만 읽다보면 빠져드는 소재,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묘사, 시니컬한 말장난 그리고 미스터리나 사건의 배후는 최대한 모호하게 묘사하는 점 등, 스티븐 킹만의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가 돋보인다. 이야기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뉘는 것으로 보이는데, 고향에서 보낸 유년시절(대학교 입학 전까지)의 전반부 - 마약중독자가 되어 인생이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우연히 제이컵스를 조우하게 되는 중반부 - 제이컵스의 도움으로 새 삶은 찾은 이후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후반부. 솔직히 말하면 중반부와 후반부의 일부 부분은 흐름을 조금 벗어나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아마도 자극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상, 기괴한 이벤트에 집중하기보다는 후반부 제이미 모턴이 제이컵스와 맞서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길 원했던 것 같다. 이를 위해 제이미의 인생을 길게 풀어 독자의 이해를 구하고(물론 이 부분도 꽤 재미있다. 다만 일렉/댄스를 듣다가 갑자기 블루스를 듣는 듣한 장르 전환이 있다.) 제이미의 노스탤지어와 무의식에 잠재된 공포를 활용한다. 우주 저 너머에 있는 망자의 세상에 있는 '어머니'의 힘을 사용한 대가로 얻게 된 미지의 공포는 그를 평생 따라 다니며 괴롭힌다. 그런데 왜 제이미 모턴 만이 저주받은 힘에 부분적으로라도 대응할 수 있을까? 소설 속에서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만 첫만남에서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서로가 자각하고 이해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아무런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첫만남에서, 제이콥스 아내와 아들의 죽음에서, 또 둘의 우연한 재회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아마 제이미는 그럴 운명이었던 것 같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제이콥스는 묘한 위치에 있다. 그는 선하지 않고 본인의 목적을 위해 생면부지의 타인을 이용하지만 또 그것을 모를만큼 냉혈한은 아니다. 오히려 쇼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아픈 이들을 고쳐주고 제이미에게 깊은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결국 불운하게 세상을 저버린 가족과 재회하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를 위해 미지의 힘을 게속 사용한다. 스티븐 킹은 그가 비뚤어진 악당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그저 불쌍한 아버지로 보였다. 다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좋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그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평생의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렸을 때 우연히 알게된 목사님이 어둠의 힘을 몰래 빌려쓰는 미심적인 존재이고 나중엔 힘에 도취되어 재앙을 불러오고 이를 주인공이 막는다라는 평범하고도 흔해빠진 시놉시스이지만 역시 스티븐 킹은 스티븐 킹이다. 마지막에 악의 유혹을 겨우겨우 붙들어 막고 있는 제이미의 묘사는 결은 조금 다르지만 영화 '큐어'가 생각나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주변인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방식이 단순히 미지악의 술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나인 클레어가 세상을 떠난 방식을 생각해보면그 둘은 완전히 동일하다. 이는 인간 내면의 악이 사실은 어둠의 존재에 대해 조종을 받고 있다고도 볼 수도 있고 폭력적인 충동을 우주적인 악에 비유한 것일 수도 있다. 그동안 스티븐 킹의 작품을 봤을 때 그가전자를 상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영화 '큐어'를 보고 만약 사람의 내면에 타인을 거리낌없이 해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건 거대한 악과 연결된 무언가가 있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집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의 추정일 뿐이지만 시작점은 이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큐어'의 후반부가 아른 거렸다.) 영화로 만들면 꽤 재미있을 것 같은 장면이 많았다. 스티븐 킹은 직구 스타일의 호러라고 했지만 뭔가 느릿느릿해 보이는건 기분 탓일까. 매콤하다고 소문났지만 먹어보니 잘 빻은 고춧가루 맛이 나는 건강식이랄까, 여튼 결론은 맛있고 적당히 맵고, 구수하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