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의여우

내일
평균 4.0
2012년 과학 전문 주간지 네이처에는 섬뜩한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지구는 2100년에 멸망하는가?' 저명한 과학자 스물한 명이 발표한 논문을 바탕으로 쓴 글로, 인류의 일부가 조만간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연구에 참여한 고생물학자 토니 바르노스키는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오늘날 목격되는 지구의 변화들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된다"며 "인간의 생활이 동식물의 멸종을 야기한다.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보다 그 속도는 빠르다"고 했다. 생물학자 리즈 해들리도 "최근 기온 상승으로 지구는 수십 년 뒤 1400만 년 전의 기온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기온"이라고 주장했다. "자원의 극단적 결핍부터 경험하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물의 경우 궁지에 몰린 사람들과 가진 이들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반도는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서 은은한 꽃향기 대신 미세먼지가 밀려온다. 재활용품 수거업체와 아파트 관리사무소 간 갈등으로 아파트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는 폐비닐과 스티로폼이 수북이 쌓였다. 정부의 대응도 안이하지만,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일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멜라니 로랑ㆍ시릴 디옹 감독의 '내일'은 이런 의식을 고양하기에 안성맞춤인 다큐멘터리다. 영국, 미국, 인도 등 세계 10개국을 돌아다니며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살피고 해결책을 찾는다. 제작진은 긴 여정에서 기후변화가 환경문제뿐 아니라 경제, 민주주의, 교육 등과 직결돼 있음을 파악한다. 다양한 방면에 걸쳐 지구의 미래를 바꿀 실험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해답을 구한다. 우리 실정에서 눈여겨보게 될 곳은 영국 칼더데일의 토드모던이다. 인구 4000명이 모여 사는 마을인데, 2013년부터 '놀라운 먹거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거리마다 정원과 텃밭을 만드는 운동으로, 학교ㆍ병원ㆍ기차역 등 어디에서나 녹색 물결을 만날 수 있다. 개들이 오줌을 누던 지저분한 거리는 오디ㆍ케일ㆍ바질ㆍ민트ㆍ호박ㆍ토마토 등이 넘쳐난다. 심지어 주차장에서도 샐비어ㆍ달맞이꽃ㆍ상추ㆍ양배추ㆍ부추 등이 자란다. 주민들은 작물 대략 경작과 시장원예를 위한 훈련원 건립, 농부 이주 수용 등을 통해 4년 만에 식량 대부분을 자급자족한다. 주민의 82%가 지역 생산품을 구매할 만큼 지역 친화적 문화를 생성했다. 이 운동은 전 세계 수백 곳에 수출됐고, 토드모던은 세계 곳곳에서 방문객이 찾아오는 인기 관광지가 됐다. 이 운동을 기획한 팜 워허스트는 "지구를 구하려는 목적은 없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출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 운동은 칼더데일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뜻을 펼칠 수 있었다. 시민 20만 명이 공터에 야채를 재배하도록 허용했다. 자치단체장인 로빈 터든햄은 "놀라운 먹거리는 단지 식물을 심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주도적으로 변화시키는 운동"이라며 "시민들이 함께 배우고 사업들을 연결하면서 자율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한다"고 했다. 우리 서울도 변화를 시도한다. 한강상수원보호구역과 고양시 등 근교에 친환경농장을 조성해 2000년부터 시민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서울시는 땅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고 농작물 재배시기에 맞춰 씨앗, 상추 모종, 유기질비료, 영농교재 등을 무료로 나눠준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적이고,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이 부족해 사업을 확대하는데 애를 먹는다. 영화는 이런 어려움을 다각적으로 짚고 넘어간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직면하는 또 다른 문제를 다시 관찰하는 식이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모든 문제가 상호 의존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농업,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 교육 등이다. 다양한 방면에 걸쳐 동시다발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며, 이는 모두가 힘을 합칠 때 가능해진다고 역설한다. 당장 우리에게 변화의 여지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숲세권'이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정작 나무를 심을 기회는 부족하다. 나무 한 그루가 미세먼지를 연간 35.7g이나 흡수하는데도 식목일(4월5일)은 아직 비공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