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ㅂㄱ
6 years ago

라 플로르
평균 3.9
4부로 들어가면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최근 말년의 고다르나 키아로스타미, 호도로프스키 등이 시적 이미지에 몰두하는 경향을 의미있다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 3부까지 장장 한나절에 달하는 시간을 자막의 동아줄에 매달려 보고 있으니 문득 서러운 거다. 물론 이냐스의 내레이션은 매우 유쾌하고 난감한, 그러니까 매우 라틴 아메리카적인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특히 3부가 좋았다. 이 걷잡을 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코르타사르 <팔방놀이>를 읽고 자란 세대의 영화는 이럴 수가 있구나, 부러움으로 보았던 것 같다. 이제 그만 좀 끝내줬으면 하는 마음을 동시에 품으면서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4부가 시작되는데 웬걸. 솔직히 놀랐다. 웃음이 나왔다. 내 바람처럼 색깔도 소리도 자막도 없이 영상만 달랑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4부의 초입에서도 어김없이 나오는 이냐스는 <이젠 너희들이 영화를 읽을 때>라는 느낌을 주고 유유히 사라졌던 것도 같다. 마치 훌륭한 독해법을 가르친 강사가 실전예제를 던져주는 것처럼, 혹은 <라 플로르>의 경험으로 어떤 영화든지 자기 이야기로 채워나가길 바라는 것처럼. 끝으로 고생한 배우들이 한데모여 부둥켜 안는데서 울컥했다.. 그리고 고다르가 <언어와의 작별> 시작과 끝에서 했던 이런 말 마지막에 기억이 났네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러니 이것을 보는 그대 부디, 상상력으로 세상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