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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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3.5
여기서 나오는 토마신의 아빠는 신앙심 깊고 자애로운 아버지가 되려고 하나 위선적이고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허수애비일 뿐이다. 은잔을 총과 바꾸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도 안 한 놈이며, 그 은잔이 없어진 걸 알아챈 식탁의 상황에서도 이실직고하지 않는다. 토마신이 죄를 덮어쓰도록 묵인한다.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게 싫다면서도 종교타령을 한다. 그게 배를 불려주길 하나 뭘 하나 보면서도 속이 터진다. 토마신의 엄마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토마신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고 자신의 모든 분노를 쏟아낸다. 은잔을 훔쳐간 게 남편임이 밝혀져도 토마신에겐 사과 한 마디도 없다. 애도 봐야 해, 잘못하면 내 탓, 모든 살림을 나한테 시켜. 돈까지 벌어와야 해. 안 미치는 게 이상한 것 아닐까? 나도 이렇게 살면 미치든지 마녀로 살겠다. 마녀와 악마는 마치 구원자로 보일 정도다. 케일럽이 죽고 난 뒤 토마신의 아버지가 한 행동은 토마신을 해방시켜주는 게 아닌 가부장적 노예로 만드는 속삭임이며, 협박이다. 그렇게도 맹목적으로 종교는 믿으면서 어찌 같은 가족은 믿어주지 않는가. 토마신이 맞는 말을 하며 분노를 토하자 악마로 단정짓는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물리적인 폭력까지 행사하고 쌍둥이마저 의심하고 악마로 몰아간다. 이곳에서 가부장은 얼마나 위선적이고 나약한가. 이 영화에서 마을은 안전한 곳, 자신들이 믿는 신이 있는 곳, 황야는 악마가 사는 곳이다. 토마신은 첫 장면에서 기도한다. 구원해달라고. 어떤 구원을 바란 것일까? 이 지옥 같은 집에서? 아니면 자신의 신에 대한 의심, 원죄로부터? 그렇다면 누구에게 기도한 것일까. 자신들이 믿었던 신? 아니면 악마? 황야에서 기도를 했으니 들은 것은 신이 아니라 악마일 것이다. 케일럽이 죽기 직전 얘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케일럽이 토해낸 것은 사과(선악과)이다. 그는 자신들의 신에게 구원받은 것이 아니다. 악마에게 구원받은 것이다. 예로부터 혼자 잘 사는 여자, 페미니즘적인 사고방식을 하는 여자를 마녀로 몰고 불태워 죽였었다. 가부장제에서는 여성을 둘로 나눈다. 가부장제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여자를 성녀, 그에 반대하는 여성은 창녀로 나눈다. 마녀는 후자에 속한다. 자신들의 밑에 있는, 영원한 2등 시민이 아니라면 자신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이니 죽였던 것이다. 영화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상징들과 가부장적인 가족의 모습을 전복시킨다. 마녀인 토마신이 모두 단죄하는 것만 같다. 마침내 그곳에서 벗어난, 자유로워진 토마신이 웃는다. 그녀는 구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