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JE

JE

4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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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탄적일천

영화 ・ 1983

평균 3.8

2022년 01월 09일에 봄

마치 행복이란 신기루를 바라보는 듯한, 닳고 닳은 주제 같긴 해도 끊임없이 추억과 후회를 되새기는 영화의 씁쓸한 애틋함에 결국 감화된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삶이란 계속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포기하는 과정 같다. <해탄적일천> 역시 비슷해 보인다. <해탄적일천>의 선택은 행복을 위해서라기보다 흡사 최대한의 불행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성장한) 린자리가 해변의 진실, 즉 더웨이의 행방을 두고서 (아차이가 내던진) 두 가지 경우의 수 중 어느 쪽도 택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잠시나마 깨어난 자리의 오빠가 병실 물건을 매만지며 차가움을 느끼듯, 살아간다는 건 차갑고 엄혹한 세상의 무게를 감각하는 일인가 싶다. 찾아오는 슬픔과 불행에 압도당하는 것이 아니라 (혹은 달아날 수 있다고 여기는 게 아니라) 그것의 무게를 가늠하는 일. 성장이란 그런 건가 보다. 일본풍 가옥이나 가부장적인 아버지, 서구의 바람, 산업화와 같은 자본의 풍경 등 아마 린자리의 삶은 (감독의 다른 영화들처럼) 대만 사회와 맞물린 궤적일 텐데, 마지막 당차고 아름다운 걸음은, 여성과 대만과 삶을 향한 감독의 작은 바람인 걸까 싶었다. 훨씬 성숙하고 미려한 <하나 그리고 둘>에 비하면 여러모로 감독의 포부가 더 느껴지는 영화지만, 데뷔작에서부터, 이후의 다른 영화들과도 공명한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