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희정

희정

3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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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영화 ・ 2019

평균 3.4

개인적으로, 조지아 생각을 정말 많이 나게 했던 영화. 단칸방짜리 뿌리를 사 먹었던 기억이나, 힝 깔리를 먹었던 기억, 출처도 알 수 없는- 유리 주전자 같은 곳에 든 와인을 마셨던 기억, (비단 조지아만은 아니지만) 오이와 토마토에 소금을 뿌려 먹었던 기억, 디디 마들로바/까마르조바/까우마르조스와 같은 조지아어들. 조지아가 다시 가고 싶어졌다. 책임져... 이런 조지아에 대한 추억, 개인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영화에서 그려지는 조지아는, 청년들이 미래를 그릴 수 없는 나라였다. 낮은 물가와, '유럽'에 대한 막연한- 혹은 근거 있는 동경과 열등감. 종교적인 색채가 짙고 보수적인 어른들과 사회 분위기에 반해, 술이나 담배 마약에 쉽게 노출돼 있고 오히려 사회적 금기가 강하기에 그에 더욱 큰 흥미를 보이는 젊은 세대. '여성성'과 '남성성'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거기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춤 실력이 뛰어나도 도태되고 마는 곳. 다양성은 받아들여 질 수 없는 곳. 임신을 했으면 '여성에게 수치를 주지 않기 위해' 이틀만에 결혼식을 올려야 하며, 어머니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 원치 않는 약혼을 올려야 하는 곳. 강직된 분위기 속에서도 거부할 순 없는 사회의 흐름, 나아가고자 하나 사회에 부딪혀 산란하는 청춘들... 조지아의 전통 춤에서 중요한 게, 완성도 뿐만 아니라 나라의 혼이라고 말했던 이는 '남자'가 춤에서 섬세한 손짓을 보이자 '우리 춤을 모욕하고 있다고 역정을 낸다. 춤을 가르치는 다른 이는 조지아 춤의 정체성은 '남성성'이며 '약함'은 설 자리가 없다고 한다. 영화 내에서 그려지는 청년들 중, 행복해 보이는 이가 없는 것은 '전통'을 답습하기만 하며 나아갈 생각이 없는 이러한 문화 때문이 아닐까. 사실, 청춘이니까! 청춘은 부딪히면서도 나아가야 돼! 하는 느낌을 정말 안 좋아하는데. 그리고 청춘한테 그런 힘이 있다고 믿지도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메라비의 춤은 어떻게든 미래로 나아가 보고자 하는 처절한 몸짓이자, 조지아 사회에서 지워내고자 하는 메라비라는 존재(가난하고, '여성적'인 남성에, 동성애자)의 선명한 표현으로 느껴졌다. 앞으로 누구를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가든 메라비는 메라비의 춤을 출 수 있었으면. 그리고 부디 조지아가 청년들이 자신의 춤을 출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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