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온정

온정

8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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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영화 ・ 1999

평균 3.8

2017년 12월 26일에 봄

감독이 하는 고민을 나도 체험해봤다. 이 캐릭터들로 찍을 수 있는 영화는 한 편 뿐인데, 누구의 비중을 줄여야 하나. 내 눈엔 다들 매력적인 캐릭터들인데. 가볍게 쓰는 글조차 한 소절 지우기가 얼마나 아쉬운데, 하물며 영화는 어떨까. 캐릭터들에게 너무 큰 애정을 가지는 바람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고 싶었구나. 이렇게라도 완성 단계에서 사라진 부분을 알게 된 것이 즐거웠다. 나는 저 시절(어쩌면 왕가위 감독의 영화 속)의 장황함, 방황, 위태로움, 정제되지 않음을 동경한다. 지저분한 골목길, 불친절한 사람들, 목적 없이 헤매는 그 사람들을 동경한다. 나는 저 시절에 태어났어도 선술집에서 남들 이야기나 들었을 인간이지만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메이킹 필름에서조차 만남과 헤어짐, 아쉬움과 그리움이 느껴졌다. 아, 좋다. 결국 최종본이 가장 좋다고 단언하지는 못 하겠다. 감독님, 전 어떻게 찍었어도 이 영화를 좋아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