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Hypno

Hypno

7 years ag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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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해비턴트

영화 ・ 2017

평균 2.5

2018년 07월 17일에 봄

-스포일러 있음- 영리하게 써먹을 수 있는 재료가 쏟아지는데 대부분 반도 못 써먹고 낭비해버림. 전개 빠르고 배우들 연기 잘해서 재미가 없는건 아니었는데 영화 빨리 끝내려고 얼렁뚱땅 넘겨버린 결함들이 파도 파도 끊임없이 나옴. - 악마 여자애는 솔직히 연기 너무 잘해서 보는 동안엔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애가 아가리 털면서 손 안대고 코푸는 컨셉이면 1. 등장인물들 최대한 다 살려놓고 불신을 심어 서로서로 죽이게 만든다 2. 말빨로 등장인물에게 절망을 줘 삶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 두가지 전략만 적절히 섞어서 썼어도 그럴싸한 물건 나오는건데 이 악마가 등장인물들을 꾀어내는 모습을 보면 (1번째 전략도 하긴 하는데 엉뚱한 타이밍에 해서 다 씹히고) 거의 대부분 2번째 전략에 의존하고 있음. 이게 뭐가 문제냐면 주로 꾀임을 당하는 인물들은 과거에 아주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겪었기 때문에 2번의 전략이 지나치게 쉽게 먹힌다는 것임. 결과적으로 악마가 한 건 이미 박살나기 직전의 유리멘탈들을 톡 쳐서 깨부순 것밖에 없는데도 각본 상에선 악마가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교묘하게 둔갑함. - 캐릭터들 간 갈등의 소지를 심어놓고 드라마를 전개시켜야 할 영화 초반에 억지 서프라이즈를 위해 안 그래도 많지 않은 캐릭터들을 2번 전략으로 무의미하게 낭비해버려 6명(사실 7명인데 한명은 나중에 나옴)의 캐릭터 중 2명이 죽었는데 그래도 나머지 4명을 이용해 어느정도의 러닝타임동안 드라마를 유의미하게 전개하는 예시를 하나 들자면 이 지점에서 1번 전략을 사용해 2명이 죽은 방식은 보여주지 않고 대충 죽었다는 것만 알게 한 후 악마의 부모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사실은 부모가 모종의 목적을 위해 아이가 악마에 씌였다고 구라를 쳤고 2명도 얘네가 죽인거라고 영화의 약 1/3 동안 하나 남은 주인공 측 인물(마리아)과 관객들을 끊임없이 헷갈리게 만들면 부모 캐릭터도 낭비하지 않고 아직 트라우마로 인해 종교와 신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어야 논리적인데 캐릭터 묘사가 하도 얄팍해서 없)는 마리아가 부모의 말 따라 조용히 꺼지는 대신 아이를 위한 행동을 하게끔 하는 합리적인 동기가 되었을 것임. 그러나 영화에서 부모의 캐릭터를 어떻게 낭비하냐면 초반엔 주인공들이 둘만 내비두고 어디 가버려도 탈출할 생각 안 하고 얌전히 묶여있는 선량하고 무해한 배경설정 설명충 취급만 하다가, 그런데 짜잔 알고보니 얘네가 딸 몸에 악마 집어넣은 나쁜 놈들이네? 심각한 장애 있는 딸 가진 절박한 부모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악마와 거래를 한게 어떻게 나쁜 놈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방해물 삼아 배치해서 간간히 발암짓 좀 하게 하고, 그러다 이제 캐릭터 어떻게 쓸지 모르겠으니까 또 억지 서프라이즈로 한심하게 죽여버림. 기본적으로 영화의 전개를 꼼꼼하게 쌓아올린 드라마를 기반으로 하는게 아니라, 그때 그때 대충 지어낸 반전이랑 서프라이즈 짜잔 하고 누덕누덕 이어나가는 식이기 때문에 캐릭터 일관성 같은건 개나 줘버린 수준임. - 각본이 이렇게 씹창나는 이유 중 하나는 러닝타임의 너무 많은 시간을 주인공이 겪은 트라우마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데 쓰고 있다는 것임.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의 트라우마에 진중하게 접근하는 건 절대 아니고 철저히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배경설정으로 써먹기 때문에 그 많은 씬을 할애해서 관객들이 얻는 정보나 인상은 아빠가 개새끼구나 이게 다임. 오락영화에서 여성이 가진 트라우마라고 하면 이미 도식화되어있고, 이 영화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기 때문에 살짝 힌트만 던져줘도 관객들이 알아서 다 예상하니까 딱 거기까지만 해두면 됐었음. - 아무튼 후반부에 등장인물 다 뒤져버리고 마리아 악마 추기경 딱 3명만 남았을때도 다루기 괜찮을만한 부분이 아직 남아있는데 마리아라는 캐릭터 자체에 종교 이데올로기에 대한 회의에 대해 깊이 나아갈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셋업이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노는 물 자체가 너무나 얕아 예수짱 엑소시즘 짱 악마는 나빠요 하는 흑백 구분에서 전혀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영화에서 다루는 신앙의 힘은 아무런 의심도 고찰도 없이 규칙으로써 무겁게 자리하고 마리아는 뭔놈의 캐릭터가 그런 트라우마를 겪었는데도 묘사가 더럽게 얄팍해 신에 대한 회의나 분노는 가지고 있지도 않고 기껏해야 아빠 무서워하는게 제일 은밀한 부분이기 때문에(응 그 분량 오지게 잡아먹는 과거회상씬에서도 아무런 성격을 드러내지 않고 학대당하는 객체로써 묘사되는게 고작임.) 과거회상에서나 지금이나 캐릭터 변화-발전 없이 보기좋게 다듬어진 부분만 존재하는 착한 성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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