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지하실

지하실

7 month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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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영화 ・ 1925

평균 3.5

지하실 (jihasil.com) | OTT | 2025년 8월 1일 - 2025년 9월 30일 파리 오페라 극장의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지하에 숨어 사는 음악 천재 에릭이 무명 가수 크리스틴에게 사랑에 빠지져 생기는 비극을 다룬 고딕 호러의 정수. 론 채니는 직접 고안한 메이크업과 신체 연기로 인간과 괴물 사이의 존재를 구현하며, 무성 영화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대비, 웅대한 세트 디자인, 오케스트라의 침묵 속에서 진동하는 서스펜스가 한데 어우러져, 초기 공포 영화의 위력을 여실히 증명해낸다. 호러 장르가 본격화된 출발점이자, 여러 모티프들을 제공한 레퍼런스 작품. • <인톨러런스>처럼 본 작품도 보면서 떠오르는 현대 영화가 있었다. 바로 <서브스턴스 (2024)>다. 제아무리 론 채니의 메이크업 운운해봐도, 영화 속 에릭은 괴물이라기보다 그냥 못생기고 늙은 아저씨다. 허나, 이 영화가 1910년에 나온 원작 소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초기 각색 사례라는 걸 생각해보면, 여기서 적나라하게 묘사한 에릭의 추한 모습이 시대를 거듭하며 점점 꽃미남 캐릭터의 전형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이미지 세탁은 외형에 국한되지 않는다. 크리스틴을 향한 에릭의 집착도 개츠비 식의 순애보가 아니라 단순 스토킹이나 권력형 성범죄에 가깝다. 하지만 현대 각색들은 그에게 동정을 갖게끔 설계된다. 나는 이것이 포용적 문화가 애써 외면하는 이중성처럼 느껴진다. 선한 척 하려고 사회의 약자를 감싸고는 싶지만, 그럼에도 그의 추함까지 받아들이지는 못해서 그걸 억지로 미화하는 것이다. 즉, 에릭이라는 인물의 변천사는 그를 둘러싼 사회의 시각과 그 위선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게 원작의 핵심과 공명한다는 점에서 본작은 유의미한 레퍼런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