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Liemoon

Liemoon

1 year ago

3.5


content

소프루

책 ・ 2023

평균 3.9

2024년 10월 26일에 봄

<소프루> 프롬프터가 선택한 무대 위 자신의 이야기는 내 입을 거쳐 무대에 오른 적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 그것이 단 일곱 줄이라고 할지라도. 처음 태어나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마음. 그것은 절대로 죽지 않기, 를 수십 번 다짐한 예술감독이 못다 한 이야기이며 새것이므로. 모든 것이 낡아가고 죽어가고 잊히는 와중에도 새로 탄생한 것이므로. 수많은 이야기가 이야기되어왔고 태어나고 죽어갔지만 누가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새 옷을 입고 얼굴을 바꾼다. 보여진 적 없는 이의 입에서 새로 태어나는 수없이 이야기된 이야기. 멸하지 않는 이야기 세계. 공기 같은 것. 숨 같은 것. “비극의 도입부에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처럼 신중하고 상냥하게 진단을 내리는 의사 앞에서 흐트러지지 않기. 삶의 근간이 되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고 주장하는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알기. (…) 세상 사람들이 우리와 합류할 것이라고 희망하며 주저앉아 있을 곳을 알려주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따지지 말고 무력한 패배자가 되어 임종의 시간을 기다리라고 말하는 죽음의 상냥한 초대장을 거절할 줄 알기. (…) 방랑자가 되어 산 너머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밤의 끝을 향해 여행하기. (…) 죽음의 팔꿈치가 우리의 팔꿈치를 스치는 것을 느끼면서도 살아 있기. 살아 있는 자만이 죽음의 배회를 상상하고 그것을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옮길 수 있으니까. (…) 이 모든 게 양심을 달래거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막연히 시적이고 위대한 생각들의 나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살아남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어느 여름날 매미가 우는 소리 만큼이나 구체적이라는 것을 안다. (…) 우리가 처음으로 자신을 마주한, 하나뿐임 그 짧은 순간을 지켜내기. 무엇보다 죽지 않을 것. ” p.84-86 관극은 끝을 보러 가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했다. 명확한 끝. * <그녀가 죽는 방식>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삶을 경험한다. 이야기 속 세계와 나의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러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끝이 난다. 보통은 이야기 속 세계지만 더러 나의 현실인 경우도 있다. 현실을 죽게 하고 이야기 속 세계를 통해 새 숨을 쉬려 한다. 이번의 죽음은 새로 살기 위한 죽음이다. “‘우리가 마침내 진실을 본다면, 뭘 해야 할까요?‘” 해방되기.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