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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지도

회색 지도

10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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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 ・ 1961

평균 3.8

사랑스러운 낭만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려 한 영화였는데 경쾌하게 휙휙 지나가는 화면을 보는 내내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다. 진짜 속물(super rat)들에게 받는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스스로를 싸구려 속물인 양 만들어 가는 할리의 위악적인 노력이 안쓰럽다. 곱씹어볼수록, "홀리는 가짜이지만 진짜인 알 수 없는 여자"라고 묘사한 표현은 정확한 것이었다. - 홀리가 동생을 닮은 폴에게 초면부터 주책맞게 별 얘기를 다 했던건 그녀의 외로움 때문 이었는지도 모른다. 훔친 가면을 쓰고 즐겁게 마냥 달리던 그들이 가면을 벗고 입맞춤을 했던 모습은 스폰(사랑 없이 돈에 의해 유지되는 관계)에 기대어서 가짜 삶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살아왔던 두 사람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진심과 소망을 드러낸 순간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 가난한 연인의 모습이 슬퍼서, 그 초라함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천진난만함이 애틋해서, 천박함과 허영으로 감추어놓은 마음 깊은 곳의 외로움이 안타까워서, 그것 때문에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