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리

굴뚝 속의 참새
평균 3.0
하우스 호러 속 집은 인물들을 미치게 만든다. <굴뚝 속의 참새>는 (인사영상 속 라몬 취르허의 말에 따르면) 가족 드라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요한 공간인 카렌 가족의 집은 그 자체로 정신병이 솟아나는 샘과 같다. 카렌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족들에게 냉랭하고, 그들의 상처를 무시한다. 다른 가족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해, 불륜, 근친의 욕망, 우울증, 도피성 독립, 집착, 거짓말, 트라우마, 동물학대와 같은 것들이 카렌의 가족, 그리고 카렌의 남편 마르쿠스의 생일을 맞아 그들의 집에 찾아온 카렌의 여동생 의 율레의 가족, 집에 딸린 오두막에 머무는 여자 리브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마주하는 것은 집의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빠르게 파국으로 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다. '애니멀 3부작'으로 묶이는 취르허의 전작들을 보지는 못해 어떤 식으로 연관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굴뚝 속의 참새>는 욕망들의 멜팅팟으로서 집을 그려낸다기보단 '집'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가치들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어떻게든 부여잡고자 했던 시간들이 강렬한 카운터 펀치로 되돌아오는 순간을 담아내는 영화다. 그것은 파국임과 동시에 해방이다. 하우스 호러의 인물들이 자신들에게 뻗친 집의 저주를 해소하는 방법은 집을 없애는 것이다. 그 집은 불타거나, 무너지거나, 철거되어야 한다. 고정된 숏들로만 구성된 이 영화의 이미지들은 외화면에 언제나 다른 인물이 존재할 것을 염두에 두게끔 하며, 모든 숏과 숏의 연결은 그것이 기묘한 위반의 쾌락 혹은 내적/외적으로 붕괴되는 대상을 바라보는 것의 흥미로움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고정된 쇼트들이 겹쳐지고 어그러지며 잠시간의 판타지로, 혹은 심연으로 드러나는 붕괴의 순간은 곧장 해방의 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