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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지

임영지

11 month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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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책 ・ 2024

평균 3.8

죽음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하는 나에게 죽음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 이호 교수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중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죽은 사람은 이제 자신의 몸을 의사에게 보여줄 기회는 마지막 단 한번뿐이 남지 않았기에 더욱 절실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 침상에 누운 그들을 내려다봐줄 의사가 되어주는 것. 법정에서 그들을 대신하여 억울함을 밝혀줄 증언자가 되는 것. 그것이 법의학자의 역할이다. 우리 중 누구라도 물에 빠져 죽을 수 있고, 누구라도 교통사고로 죽을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전쟁이 터져 죽을 수도 있다. 특별한 이유나 어떤 섭리가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다. 잘못한 것에 대한 대가로 주어진 벌도 아니다. 고차원적인 메시지나 특별히 선택받은 이유 같은 것은 없다. 지나가던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그저 이 세상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자 사건일 뿐이다. 섭리를 알 수 없는 자연을 놓고 보면 우리 인간은 그저 먼지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니 우주가 먼지 같은 존재를 위해 돌아가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다만 이 먼지는,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먼지다. 인간은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부단히도 그 해답을 찾아가는 존재다.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안전하고 공정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조금 이르거나 느리거나 방법이 다를 뿐 인간이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니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지?’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의 답을 찾으려고 평생을 바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부조리의 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법의학자의 근거는 오로지 과학뿐이고, 과학은 세상을 모르고, 세상을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으로 숨이 멎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었을 때다. 즉,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때, 그 사람의 존재는 완전히 잊혀지게 된다. “실수는 인간의 본성이다To err is human.” 1999년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의학회Institute of Medicine에 의뢰해 병원 의료사고를 조사하게 했는데, 그 보고서의 제목이 바로 “실수는 인간의 본성이다”였다. 인간이 실수하는 이유는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설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요 메시지였다. 깨진 물통이 있다. 물통 옆면의 한 지점이 깨져 있다. 이 물통에 담을 수 있는 물의 최대 높이는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 물통의 중간에 깨진 곳이 있으면, 물통 자체가 아무리 높고 깊어도 물을 끝까지 채울 수 없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도 깨진 곳의 위치를 넘어 물이 채워질 수 없듯이 가장 약한 부분이 우리 사회의 높이를 결정한다.